도쿄돔 야구장의 부피는?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8분


日기업들 면접서 ‘地頭力’ 평가 늘어

“인터넷 검색아닌 머릿속 사고력 측정”

“신칸센(新幹線) 열차가 도쿄(東京)에서 오사카(大阪)까지 가는 동안 팔리는 커피는 몇 잔인가?”

일본의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에서 던진 질문이다.

응시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황당한’ 질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전국에 있는 온센료칸(溫泉旅館·내부에 온천시설을 갖춘 일본의 전통식 숙박업소)의 수는?”

“도쿄돔 야구장의 부피는?”

“전국 가정에 있는 형광등 수는?”

“축구장 1곳에 자라는 잔디의 수는?”

최근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 ‘지아타마료쿠(地頭力)’ 바람이 불면서 이 같은 면접 풍경이 확산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과 경제전문 주간지 도요게이자이가 보도했다.

‘지아타마’는 원래 가발을 쓰지 않은 ‘맨머리’를 뜻하는 말. 여기서 나온 ‘지아타마료쿠’는 인터넷이나 자료집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맨머리’ 지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기업들이 최근 특히 지아타마료쿠를 중시하게 된 것은 “궁금한 게 있으면 금방 인터넷을 검색해 남의 생각을 복사하는 체질로는 기업이 부닥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

따라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답 자체보다는 상대방이 수긍할 수 있는 추론과 가설을 통해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에 유의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같은 ‘지아타마료쿠’형 면접에 대응하는 요령을 소개했다.

예컨대 일본 전국에 있는 우체통 수를 답하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일본 열도의 중간에 있는 도쿄에서 열도의 서남쪽에 있는 하카타(博多)까지는 신칸센으로 6시간이 걸린다.

신칸센의 평균시속은 200km이므로 북단의 홋카이도(北海道)에서 남단의 규슈(九州)까지는 약 2400km. 일본 열도의 모양새를 감안해 폭을 200km라고 하면 전체 면적은 48만 km²가 된다.

전체 일본 땅의 70%가 산이라는 사실을 적용하면 주거면적은 15만 km²로 줄어든다.

km²당 우체통 1개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우체통의 수는 15만 개에 이른다.

면접에서 이와 비슷한 질의응답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지아타마료쿠’를 키우는 요령을 소개한 책들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입사지망생이 아닌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지아타마료쿠를 연마하는 데 열심인 사람이 적지 않다. ‘1초에 재무제표를 읽는 방법’을 출판해 히트시킨 고미야 가즈요시(小宮一慶) 고미야 컨설팅 대표도 그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고미야 대표는 도요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기사를 읽을 때도 가설을 세워 보는 습관을 만들면 보통 사람이 못 보는 것까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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