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총선 親서방 정당 승리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EU비자 면제 등 서방측 지원 효과

코소보 상실에도 경제적 실리 택해

11일 실시된 세르비아 총선에서 친(親)서방 정당이 강경 민족주의 세력에 승리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타디치(사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DS) 중심의 친서방 연합은 250석 중 103석을 얻어 77석에 그친 민족주의 성향의 급진당(SRS)을 크게 앞섰다.

민주당의 승리는 선거 직전 유럽연합(EU)과의 안정제휴협정(SAA) 체결, EU의 비자 면제 혜택 등 서방 측 지원이 주효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르비아 국민이 코소보 독립 선언에 대한 분노보다는 EU 가입을 통한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현실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된다.

세르비아에서는 2월 말 미국과 EU가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하자 수도 베오그라드의 거리에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미국 대사관에 불을 지르는 등 강경 민족주의 기류가 팽배했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세르비아 국민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민주당 연합이 얻은 103석은 과반인 126석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익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차지한 13석을 합친다 해도 116석에 불과하다.

반면 급진당과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총리의 세르비아민주당(30석),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 창립자인 사회당(20석)의 의석을 합칠 경우 127석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타디치 대통령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2일 기자회견에서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거스르고 세르비아를 1990년대의 고립으로 되돌리려 하는 모든 이에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밀로셰비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노력해 온 사회당과의 연정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회당은 급진당과 연합할 경우 급진당에 흡수돼버릴 것을 우려하고 있어 민주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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