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역사 기억은 원한 품자는 게 아니다”

  • 입력 2008년 5월 9일 20시 30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원한을 갖기 위함이 아니다."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8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모교인 와세다(早稻田) 대학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의 반 관영 통신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이 보도했다.

후 주석은 이날 특강에서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과 일본은 상호 교류를 통해 양국의 발전을 촉진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문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근대 들어 일본의 군국주의가 중국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양국 관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어 "우리가 (근대 이후의) 역사를 잘 기억하자고 강조하는 것은 (일본에 대해) 계속 원한을 갖자는 게 결코 아니라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를 소중히 하고 미래로 나아가되 양국 국민이 세세손손 태평성대를 누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후 주석이 일본의 중국 침략사를 재론해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중국이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지 않겠으니 대신 일본은 앞으로 동아시아 평화를 깨지 말라는 강력한 주문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과거사 문제에 관한 의견 충돌 때문에 실패작으로 평가된 1998년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의 방일과 크게 대비된다. 당시 장 주석은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와 정상회담 중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일본의 전면적 사죄와 대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언급을 요구했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자 장 주석은 이어 열린 와세다 대학 특강에서 이를 재차 강조했으며 결국 중일 관계가 경색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후 주석은 어려운 것은 피하고 쉬운 것을 먼저 취하는 '피난취이(避難就易)' 전법으로 7일 후쿠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와 환경문제 협력에 관한 2건의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류장융(劉江永) 교수는 "이번 방문의 기조는 구동(求同·서로 입장이 같은 것을 추구)과 협력"이라며 "이번 방문으로 양국의 협력 무대가 넓어지고 상호 신뢰가 깊어지는 등 양국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