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러 극동은 미래시장” 동해 수출기지 적극 개발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5년 5월 러시아와 일본은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쓰시마(對馬) 섬 인근 해역에서 ‘동해 해전’을 벌였다.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동해는 양국 간 전쟁터가 아닌 무역 항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양국 간 동해를 통한 무역량이 늘어나면서 ‘환동해 경제권’이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오일머니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러시아인들이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데다 러시아 극동 지역과 수도권을 잇는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발달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풍족해진 러시아, 일제 꽃까지 수입=지난해 러시아와 일본의 무역 총액은 전년 대비 1.5배 상승한 23조7500여억 원. 일본은 러시아의 석유 등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중고차와 자동차 부품 등 공업제품을 수출한다.
최근엔 경제력을 갖춘 러시아 소비자들이 중고차 대신 새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러시아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일본의 수출 품목도 과일과 꽃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동해 지역 농가에선 농산물 생산이 미흡한 러시아 극동 지역을 미래의 수출시장으로 내다보고 있다. 니가타(新潟) 현의 한 화초 생산업체는 지난달 러시아의 ‘세계 아내의 날’을 맞이해 12만 송이의 튤립을 수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까지 뛰어든 동해 무역로 확보전=양국 간 동해 무역은 시베리아횡단철도의 기착지인 보스토치니 항과 하마다(濱田) 시 등 동해에 인접한 일본 항구들을 오가며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의 경우 일본의 공단이 태평양 쪽에 몰려 있어 ‘요코하마(橫濱)∼부산∼보스토치니’ 항로가 주요 무역로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과거에는 수에즈운하와 유럽을 거쳐 시베리아 중부의 러시아 공장까지 가는 데 70일이 걸렸지만 동해를 통하면 시간이 20∼30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동해 지역의 수출기지 개발과 무역로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월 컨테이너에 실은 자동차 부품을 동북부의 센다이(仙臺)에서 동해에 인접한 아키다(秋田) 항으로 운반한 뒤 러시아로 수송하는 시험 운항을 실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