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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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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도 ‘뿌린 대로 거두리라’ 하셨다. 다른 사람에게 테러를 해놓고 그것이 절대 나에게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선 안 된다.”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으로 미국 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제러마이어 라이트(사진) 목사가 다시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파문이 일자 담임목사 직에서 물러난 뒤 침묵을 지켜왔던 라이트 목사는 26일 PBS방송 출연과 27일 디트로이트 대규모 집회 연설에 이어 28일엔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 연단에 올랐다.
라이트 목사는 연설에서 흑인 교회의 전통을 설명하는 데 치중했다. 하지만 일문일답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는 ‘9·11테러를 미국이 자초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성경을 인용하며 “뿌린 대로 거둔다”고 강조했다.
또 ‘에이즈는 미국이 소수민족을 학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초기에 미국이 화학무기 개발을 지원한 점을 언급하며 “난 미국 정부가 흑인들에게 했던 일들에 비춰볼 때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굽히지 않았다.
그는 언론과 정치권이 자신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전달해 진의를 왜곡했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은 “나 개인이 아닌, 흑인 교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애국심에 대한 질문에는 “나는 6년간 군 복무를 했다. 그러면 애국자인가. 체니(부통령)는 몇 년이나 복무했나”라고 되받았다.
그는 ‘갓댐’ 발언 파문 이후 오바마 의원이 한 인종문제 관련 특별연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오바마는 나의 말 속엔 ‘희망’이란 단어가 없다고 했지만 내 연설의 나머지 부분은 듣지도 않았다면서 그걸 어떻게 아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의원은 “우리가 그와 조율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는 나와 내 선거운동을 위해 발언하는 게 아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라이트 목사의 활동 재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겐 ‘호재’일 수 있다. 하지만 힐러리 의원은 “만약 내가 오바마라면 그 교회를 떠났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