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오쿠라 가즈오 국제 교류 기금 이사장

  • 입력 2008년 4월 29일 10시 06분


시리즈•지식인 20명에게 듣는다 -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10대 사건은? (17)

오쿠라 가즈오(小倉和夫) 국제 교류 기금 이사장

■ 민중이 움직인 근현대사

‘근현대사는 민중이 움직였다’라는 관점에서 선택했다. 동아시아 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도 동아시아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은 포함시켰다.

역사 인식은 나라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서 당연히 달라진다. 나폴레옹은 침략자인가. 러시아인의 입장과 프랑스인의 입장은 당연히 인식을 달리한다. 문제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역사 인식을 논하기 이전에, 역사 그 자체에 관심이 없고 지식도 결핍되었다는 것이다. 무지는 편견으로 이어지고 서로의 오해를 낳는다.

우선 인도에서 일어난 세포이의 봉기(인도 대반란이라고도 함)를 든다. 영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저항이었다. 아시아 민중들이 처음으로 일으킨 대규모 반식민지 투쟁으로서,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저항은 오히려 영국이 인도를 직접 지배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로부터 인도 방위와 중국으로의 진출로 이어져, 나아가서는 아시아 정책 전반에 영향을 주었다.

메이지 유신은 아시아에서 근대화의 모델을 제공했다. 권위의 상징으로 일본 황실을 전면에 내세워, 대규모 내전을 피하고 대혁명을 완수했다. 또한 중국으로의 근대화를 재촉했다.

청일 전쟁에 승리한 일본은 삼국 간섭에 직면했다. 와신상담이라는 말대로, 일본 민중은 제국주의 외교를 지지하면서도, 국민도 정부도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황색인종이 재앙을 부른다는 황화론(黃禍論)에 민감한 상황이었다. 일본 정부는 유럽 대국들과 협조하지 않으면 국제 사회에서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영일 동맹을 맺었다.

러일 전쟁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외교에 있어서 홍보와 선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저널리즘의 역할과 민중들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깊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폴란드와 핀란드, 러시아제국의 반 차리즘 운동을 지원한 일본의‘공작’은 대외교 여론의 최초의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암살이라는 테러가 일본이 한국 병합을 위한 절호의 구실이 되었다. 민족 운동이 극으로 치달아 테러로 향하면, 탄압하는 쪽에서는 좋은 구실이 되어 운동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현재의 중동 테러와도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신해 혁명은 중국 혁명 운동의 원점으로서, 마오쩌둥(毛澤東)의 공산 혁명으로 이어진다. 러시아의 공산 혁명은 전세계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낳았다. 공산주의의 ‘위협’이라는 선전이 없었다면, 파시즘이나 나치즘도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 세기 국제 정치에 있어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가져온 직접적인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

장쭤린(張作霖)은 관동군의 모략으로 살해되었지만, 일본군도 정부도 책임을 확실히 하지 않아, 군의 규율을 약화시켰다. 군내의 통솔이 되지 않으면서, 군은 동시에 민중으로부터 멀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결정적으로 중국과 대립을 한다.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에 의해서 중국의 내전이 국제화되었고, 중일 전쟁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다. 일본은 중국 민중과 완전히 적이 되어 버렸다.

원폭 투하의 역사적인 의미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일본 국민의 대다수는 일본은 핵무장을 해서는 안 되며, 핵무기는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원폭 투하에 대해 일절 사죄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은 핵 보유국인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다. 일본인은 이러한 모순에 대해, 전략적으로는 물론, 도의적인 의미에서 어디까지 진지하게 문제를 파악하려 하고 있는지, 원점으로 돌아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베트남 반전 운동은 일본 등 동아시아 뿐만이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등으로 퍼져 나갔다. 이긴 것은 미국도 하노이도 아니다. 침략 전쟁에 반대한 세계의 민중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토뷰: 사쿠라이 이즈미(桜井泉))

[약력]

1938 년생. 주 베트남, 한국, 프랑스 대사를 역임. 아오야마(青山)학원대학의 특별 초빙 교수(일본 외교론•비교 문화론)이다.

[리스트]

① 세포이의 봉기

② 메이지 유신

③ 삼국 간섭

④ 러일 전쟁

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⑥ 중국의 혁명(신해 혁명에서부터 공산당 정권의 탄생까지)과 러시아의 10월 혁명

⑦ 장쭤린(張作霖)의 폭살

⑧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

⑨ 원폭 투하

⑩ 베트남 반전 운동

(*연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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