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검은 분노’…흑인청년 사살한 경관 무죄평결에 발칵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무죄평결에 분노한 흑인들이 26일 뉴욕 시내에서 경찰의 발포 횟수를 1부터 50까지 하나씩 쓴 종이를 들고 평결 내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무죄평결에 분노한 흑인들이 26일 뉴욕 시내에서 경찰의 발포 횟수를 1부터 50까지 하나씩 쓴 종이를 들고 평결 내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비무장 흑인 청년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숨지게 한 뉴욕 경찰 3명이 무죄평결을 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 주 퀸스 지방법원은 2006년 11월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과 술집에서 ‘총각파티’를 하고 나오던 예비 신랑 숀 벨 씨 등 흑인 청년 3명에게 총기로 50발을 쏴 벨 씨를 숨지게 한 마이클 올리버 씨 등 경관 3명에게 25일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장인 아서 쿠퍼먼 판사는 “피해자 측 증언보다는 경찰 측의 증언에 더욱 신뢰가 갔다. 피고인의 총기 발사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당시 경찰관들은 “벨과 친구들이 총기를 휴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흑인 사회의 분노를 샀다.

이날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벨 씨의 어머니는 오열했고 약혼자는 법정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법원 주변에 있던 흑인 시위대는 “살인자, 살인자…” “KKK”를 외치며 평결에 반발했다. 흑인 100여 명은 이날 밤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으며 흑인 단체들은 앞으로도 비폭력 불복종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과격한 시위나 폭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총격을 가한 경찰 3명 중 2명이 흑인이고 사건 당시 벨 씨가 약혼자 차량을 타고 도주하려다 경찰 차량과 충돌하는 등 사태를 악화시킨 원인을 일부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경찰 3명은 무죄 평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벨 씨와 그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민사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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