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자들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하고 성화가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자 중국에서 애국주의가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한 동아시아 전문가 빌 샤프(하와이 퍼시픽대) 교수는 “균형감각을 갖춘 중국 지식인들조차 영토 문제나 티베트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중국을 점령해 지배했던 몽골족과 칭기즈칸도 중국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식의 애국주의 논리라면 중국은 칭기즈칸 군대가 지나갔던 모든 지역에서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티베트는 세계 정복에 나선 몽골족에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을 잃었다.
▷미국 화교들은 CNN의 티베트 사태 보도에 불만을 품고 ‘No CNN(Chinese Negative News)’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주요 도시마다 카르푸 매장 앞에서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정부가 조종하는 관제시위라는 의심이 들지만, 중국 정부는 정작 애국주의 시위가 1989년 톈안먼 사건처럼 민주화 요구로 방향을 틀지 몰라 경계하는 눈빛이다.
▷중국인들은 2008년 올림픽을 민족적 자존심이 걸린 행사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주요도시의 성화 봉송로에서 티베트 시위대에 맞서 화교들이 중국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인다. 중국 내부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반(反)중국 감정과 동일시하는 분위기다. 경제수준의 향상과 소련 붕괴 이후 지배 이데올로기의 부재(不在)로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관점도 있다.
황호택 수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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