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앞에선 ‘부드러운 미국’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서아프리카 기니 만(灣)의 한 원유 시추 현장. 카메룬 특공대원들이 이곳을 급습하자 현장 관계자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특공대원의 손에 푸른색 플라스틱 장난감 총만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질을 보호하라”고 외치는 미 해군 교관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전한 모의 해적소탕훈련의 한 장면이다. 미 해군이 서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하나인 테러진압 모의훈련은 미 해군이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한 새로운 정책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미국은 2015년까지 미국 석유 수입의 4분의 1을 담당할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선함(善艦·Good Boat)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선함 외교는 미국이 아프리카에 각종 훈련 지원용 선박을 파견해 외교관계를 개선한다는 뜻으로 만들어낸 신조어. 과거 강대국이 무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추진했던 ‘포함(砲艦·Gun Boat) 외교’와는 전혀 다른 외교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 해군이 선함 외교를 추구하는 것은 기니 만 해로가 최근 급증하는 해적과 마약거래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로로 떠오른 것과도 관련이 있다.

샌디 위너펠드 미 6함대 사령관은 “세계의 모든 해로가 안전하면 모두에게 좋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라며 “기니 만 국가들이 스스로 해양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9·11테러 이후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 원유에 눈을 돌리고 있는 미국의 계산도 깔려 있다. 석유 수입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산유국인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이 스스로 치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접근인 셈이다.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창설한 아프리카사령부(AFRICOM)의 역할이 본격화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확대는 결국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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