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적대하던 시대 끝났다”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0분


부시-푸틴 ‘소치선언’… 동유럽MD 합의는 실패

“6자회담 전폭 지지… 한반도 비핵화 협력 계속”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 6일 러시아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정상 자격으로는 마지막 회담을 가진 뒤 ‘미국 러시아 관계의 전략적 틀에 관한 선언’(소치 선언)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 서두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적대시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전제한 뒤 “냉전시대의 (한 편이 이기면 다른 편이 지는) 제로섬 게임에 따른 사고를 배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상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MD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기본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양국의 최종 합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앞으로 양자 및 다자회담을 통해 MD 문제에 대한 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은 1974년 옛 소련과의 교역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한 통상법 ‘잭슨-배닉 수정조항’을 이른 시일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선언문에서 북한 핵문제도 거론했다. 두 정상은 “6자회담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양국은 6자회담 합의와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긴 푸틴 대통령의 초대로 이뤄진 이번 고별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서로를 치켜세우며 우의를 과시했다고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가 전했다.

5일 푸틴 대통령의 별장인 ‘보차로프 루체이’에서 코카서스 민속 가무단 쇼를 보며 만찬을 끝낸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을 과감하게 하는 강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내가 (만찬장에서) 가무단의 리듬에 맞춰 춤추는 것을 언론이 보지 못해 매우 기쁘다”고 농담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정말 안됐다. (기자들이 봤다면) 당신이 얼마나 춤을 잘 추는지 놀랐을 것”이라고 장단을 맞췄다.

또 부시 대통령이 “소치를 둘러싼 산 ‘라우라’가 나의 아내 ‘로라’와 어원이 같으냐”고 묻자 푸틴 대통령은 “당신을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조크로 화답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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