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비붐 세대 ‘은퇴연기 붐’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1분


은퇴 후 여가생활을 즐길 단꿈에 부풀어 있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경기 침체로 은퇴를 미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일 보도했다.

미국 사회보장국은 올해가 ‘실버 쓰나미의 원년’(연금을 받는 노년층이 지진해일처럼 밀려올 것이라는 의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왔다. 78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 중 첫 번째로 1946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인 62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를 포함한 55∼64세의 인구 중 현재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64.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통계보다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한 증권회사가 1000여 명의 금융상담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고객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은퇴를 미루고 일을 더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미루는 주요 이유는 주택 가격과 주가 하락 때문이다. 은퇴자 대다수는 주택을 팔거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해 은퇴 자금으로 쓴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지난해보다 10% 하락한 데다 주가도 6개월 전보다 15.5%나 떨어졌다.

더욱이 은퇴를 하면 재직 시 누리던 의료 혜택의 범위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은퇴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처럼 은퇴를 미루는 현상에 대해 과학 의료 기술 분야 업종에서는 경험 많고 연륜이 깊은 숙련 근로자가 많아진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은퇴자들의 연금이나 의료비에 쓸 돈의 지출이 당분간 유보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사회보장기금 운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청년실업 증가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윌리엄 프레이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아직 전체 실업률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으나 사회에 갓 진출한 젊은이들의 취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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