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서영아]교토의정서 적용된 日“경기시간도 줄여라”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최근 일본 프로야구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흐르던 음악이 짧아지고 투수 교대에 걸리는 시간이 일일이 체크된다. 일본야구기구 사무국이 내건 ‘경기시간 6% 삭감’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다. 경기시간을 단축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팬들의 의식 변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취지다. 개막 이후 벌어진 30여 경기는 이전보다 평균 10여 분이 줄었다니 나름대로 성과가 있는 셈이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京都)의정서가 1일부터 본격 적용되는 일본은 전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저탄소형 사회’를 향한 온실가스 감축운동도 ‘본 게임’으로 접어들었다. 의정서에 따르면 일본은 2012년까지 5년간 기준연도인 1990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6% 줄여야 한다.

일본은 이전부터 상당한 준비를 해 왔다. 2005년부터 ‘팀 마이너스 6%’ 등 지구온난화 방지 국민운동을 벌이고 관련 법령을 정비했다. 학교에서도 환경교육에 열심이다.

환경은 일종의 패션이 됐다. 한국의 ‘장바구니 사용운동’에 해당하는 ‘마이 백’ 운동이 붐을 이루자 해외 브랜드가 만든 수십만 원짜리 ‘마이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대부분 1회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외식업을 겨냥해 ‘마이 하시(젓가락)’ ‘마이 보틀(물병)’ 지참 운동도 나왔다. 미디어들도 각기 환경 관련 캠페인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했다. 일본 정부가 7월 홋카이도(北海道) 도야(洞爺) 호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환경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교토의정서의 후속 틀을 짜는 협상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성과가 필요하다.

당장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기 위해 5년간 약 3000억 엔을 쓸 예정이다. 환경을 둘러싼 ‘돈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31일 태국 방콕에서는 2012년 기한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틀을 짜는 교섭이 시작됐다. 1997년 교토회의 당시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무당사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한 준비를 하고도 허둥대는 일본을 보니 문득 한국이 걱정된다.

서영아 도쿄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