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슬림 자녀 ‘홈스쿨링’ 늘고있다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미국의 학교 교육이 자신의 종교나 문화적 전통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녀를 집에서 직접 가르치는 이슬람교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문화에 ‘물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사는 아야 이스마엘 씨는 네 자녀를 모두 집에서 가르친다. 그는 “노출이 심한 옷차림에 어른들을 공경할 줄 모르는 미국 아이들은 존경과 위엄을 강조하는 무슬림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러리스트라고 놀리거나 종교적 의상과 관습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친구들 때문에 자녀들이 상처받을까 봐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부모들도 있다.

한편 딸들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키우기 위해 홈스쿨링이 활용되기도 한다. 네바다 주 로디 지역에 사는 파키스탄 아이들의 경우 107명의 남학생 가운데 7명이 홈스쿨링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여학생의 경우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이 90명 중 38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나이의 동남아시아계 이슬람 여자 아이들 중 40% 이상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특히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거나 시골 지역일수록 홈스쿨링을 택하는 부모가 많다. 부모들은딸들이 홈스쿨링을 마치자마자 빨리 결혼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홈스쿨링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는 무슬림 부모도 많다. 사회운동가이며 이슬람 교인인 로비나 에스가르 씨는 가톨릭 고교에 다니는 아들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아들은 처음에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스가르 씨는 “불합리한 차별 관행을 개선하려면 아이들을 격리시킬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인들과 함께 교육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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