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디로 가나]<상>티베트사태 여파 ‘독립’이 최대 이슈로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18일 02시 58분



《대만의 향후 4년을 이끌어갈 최고지도자를 뽑는 총통(總統)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실시되는 이번 대선의 쟁점 중 하나는 대만의 독립 문제다. 당초 경제 문제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대만 독립은 최근 티베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집권 민진당 “대만독립” 목소리
국민당 “양안협력” 공약과 맞서
‘中무력진압’ 야당후보엔 악재

○ “대만 독립” vs “경제 협력”

지난달 27일부터 선거전에 들어간 집권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62) 후보와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58) 후보가 가장 큰 견해차를 보이는 사안이 바로 대만 독립과 이를 위한 유엔 가입 방안이다.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셰 후보는 대만 명의로 유엔에 가입해 대만이 자주독립국임을 만방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본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국민당의 마 후보는 “민진당 집권 8년간 중국과의 지나친 대립으로 대만 경제가 한국에 뒤졌다”며 “대륙과의 경제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마 후보는 통일이나 독립은 다음 세대가 결정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이번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제출한 대만 명의의 유엔 가입안과 국민당이 제출한 ‘중화민국 명의의 유엔 회원국 지위를 회복하는 방안’이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정치권이 대만 독립을 위한 첫 단계인 유엔 가입 방안에 대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민이 투표로 결정하게 됐다.
○ “티베트 꼴 난다” vs “티베트와 다르다”
티베트의 대규모 봉기 다음 날인 15일 두 후보는 모두 중국의 유혈 진압을 비난했다. 하지만 티베트 사태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랐다.
셰 후보는 이날 “티베트 사태는 중국이 수많은 한족을 티베트로 이주시켜 인권 침해와 민족 충돌, 치안 혼란을 야기한 데 문제의 근원이 있다”며 “대만이 또 다른 티베트가 되지 않으려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 후보는 “이번 사태는 중국과의 통일도, 독립도, 무력충돌도 안 된다는 자신의 3불(不)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공동시장을 만들어 침체된 대만 경제를 살려 내겠다”고 공약했다.
셰 후보는 티베트 사태가 뒤처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16일 “마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이 티베트 꼴 난다”며 위기감을 부추겼다. 반면 앞서가는 마 후보는 “우리는 티베트와 다르다. 그리고 중국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고 맞받아쳤다.
최근 몇 달간 40∼60%인 마 후보의 지지율과 18∼27%인 셰 후보 지지율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마 후보가 중국의 무력 진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티베트 사태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 “누가 되더라도 양안 관계 호전될 것”
2004년 총통 선거에서 대만 협박으로 일관했던 중국은 이번에는 사뭇 다른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대만 의사에게는 별도의 시험 없이 면허를 인정하고 대륙 서부에 투자하는 대만 기업에는 10% 안팎의 소득세 감면을 제공하는 특혜 조치를 발표했다.
유엔 가입과 관련한 대만의 국민투표에 대해서도 “세계 160여 국가가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식으로 간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판리칭(范麗靑)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최근 한발 더 나아가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4년 전의 강경대응이 되레 대만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지나친 대결정책이 대만 경제의 침체를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는 대만 정부 역시 최근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중(對中) 협력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만 정부는 최근 중국인이 대만에 투자할 경우 제출해야 하는 자금출처 증명원 제도를 폐지했다. 대만 정부는 또 대만의 진먼(金門), 마쭈(馬祖) 섬과 중국의 푸젠(福建) 성을 연결해 자유로운 무역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침체된 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륙과의 협력이 절실하므로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과는 달리 양안 관계는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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