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앞세운 군인들… 불탄 상가… 라싸는 지금 ‘1980년 광주’

  • 동아닷컴
  • 입력 2008년 3월 16일 19시 20분


"지금 라싸(拉薩)는 1980년 광주를 방불케 합니다. 거리엔 최루탄과 투석전에 사용된 돌멩이들이 아직도 어지럽게 널려있고 엄격한 통행금지령이 내려져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습니다."

중국 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서 가게를 경영하는 한국인 조영숙(가명) 씨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규모 유혈 폭력시위 사태 이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 라싸 현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조 씨는 "현재 라싸 시내는 무장한 군인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라며 "군인들의 삼엄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어 시민들은 전혀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4일 대규모 폭력 시위로 길가의 상당수 가게가 불에 타거나 크게 부서졌다"며 "우리 가게도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지만 돌에 맞아 현관문이 일부 부서졌을 뿐 다른 가게에 비하면 경미한 편"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씨는 "인민해방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시내로 들어오면서 갑자기 통금령이 내리는 바람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가게의 분점에 3일째 갇혀 있다"며 "현재 라싸 시내는 관공서는 물론 학교 회사 상점 시장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또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14일 한때 시내전화까지 모두 불통됐지만 15일부터 다시 개통됐다"며 "통화 내용을 엿들을까봐 서로 안부만 묻고 시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싸에 들어온 지 7년째라는 조 씨는 "여기서 살기 시작한 뒤 이런 대규모 시위와 폭동은 처음 겪는다"며 "주로 한족(漢族)의 가게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어 꼭 그렇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거리에 보이는 것은 무장한 군인 뿐"이라며 "골목 어귀까지도 모두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위 주동자 수색과 검거 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라싸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한국인은 "16일 오후부터 통행금지가 좀 풀린 듯 거리에 일부 행인이 보이긴 하지만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밖에 나가지 않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음식점 직원인 20대 티베트족 여성도 "14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뒤 아직 도로가 정리되지 않아 시내 거리가 매우 어지러운 상태"라며 "3일째 상점에서 동료 직원들과 밥을 해 먹으며 통금이 해제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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