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최전방 투입 해리 왕손 “동료병사와 똑같이 전투 기뻐”

  • 입력 2008년 3월 1일 03시 02분


《3개월 전 아프가니스탄 최일선에 투입돼 작전을 수행해 온 영국의 해리(22) 왕손이 아프간 현지에서 철수하게 됐다. 그동안 비밀에 부쳤던 투입 사실이 새 나갔기 때문. 영국 찰스 왕세자의 차남이자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 소위’는 최근 3개월간 아프간에서도 위험지역으로 꼽히는 헬만드 지역에서 최전방 근접항공사격 통제 임무를 담당해 왔다. 그가 속한 부대는 3차례 공습 작전에서 약 30명의 탈레반 반군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군 당국과 언론은 해리 왕손이 예정된 복무 기간(4∼6개월)을 마칠 때까지 보도를 하지 않기로 지난해 말 합의했지만 지난달 28일 미국 인터넷 사이트 드러지 리포트가 이를 공개하면서 비밀이 새 나갔다.

드러지 리포트의 공개 다음 날인 29일 영국 국방부는 ‘해리 왕손과 동료들이 탈레반 반군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어 그를 곧바로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해리 왕손은 예정된 기간을 마치고 귀국하면 보도할 것을 전제로 녹화했던 대언론 인터뷰에서 “나흘 동안 샤워를 못하기도 했지만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AP통신에 “식사로는 콘비프와 해시포테이토를 먹고 술은 입에도 못 댄다”면서 여느 병사들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파파라치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을 군 생활의 장점으로 꼽으며 “한 번이라도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2006년 4월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서 장교 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한 해리 왕손은 처음부터 이라크 복무를 원했으나 군 당국이 ‘납치나 살해 위협 가능성이 높다’고 만류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전장에 보내주지 않으면 군대를 그만두겠다”며 배수진을 친 끝에 지난해 12월 아프간에 파견됐다. 해리 왕손은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아프간 배치 사실을 알려주고 격려해 줬다”고 말했다.

리처드 다낫 육군 참모총장은 “해리 왕손은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작전에 투입돼 활동했으며 복무 성적도 무척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실은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도 찰스 왕세자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를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시킨 바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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