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신임 美대사는 심은경 선생님”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1976년 충남 예산중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의 모습(왼쪽).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1976년 충남 예산중에서 영어를 가르칠 때의 모습(왼쪽).
1976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예산중서 영어 가르쳐

졸업앨범 수록… 학교측 “부임하면 정식 초대할것”

“생전 처음 본 외국인 여자 영어선생님이 미국대사가 돼서 한국에 올 줄 몰랐어요.”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캐슬린 스티븐스(55·여) 상임고문이 1976년 충남 예산중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사실이 당시 제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예산중에 따르면 스티븐스 지명자는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온 뒤 이듬해부터 1년 동안 하루 2, 3시간씩 영어를 가르쳤다.

22세의 나이로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이름은 ‘심은경(왼쪽 사진)’. 졸업 앨범에는 스티븐스 지명자의 젊었을 때 사진이 수록돼 있다.

예산중 영어교사 백원규(48) 씨는 28일 “중학교 3년 시절인 1976년, 유난히도 푸른 눈을 지닌 그가 첫 시간에 교실에 들어와 한글 이름을 칠판에 또박또박 쓰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우리는 그를 심 선생님이라 불렀다”고 회고했다.

백 교사는 “심 선생님은 학생 누구와도 친해지려고 했고 아주 친절했다”며 “처음 만난 키 큰 외국인 여선생님에게 쉽게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박종완 교장은 “주한 미국대사로 한국에 부임하면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고문은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을 때 영어를 가르쳤던 학생들이 중년이 됐을 것이다.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주한 미국대사가 되는 그는 1987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팀장으로 일했으며 한국인과 결혼한 경력이 있다.

예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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