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유권자의 묘한 흑백의식=19일 네바다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흑인 유권자 중 83%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흑인 표의 절반 이상은 경쟁자인 힐러리 후보에게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6일 흑인 유권자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도 오바마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라스무센 등 4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은 평균 43%로 힐러리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 문제를 잘못 거론했다가는 흔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politically incorrect)’는 혹평을 듣기 십상이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이 지난해 “오바마 후보가 깨끗하고 발음이 정확하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종 문제는 그만큼 민감한 이슈다.
달리 말하면 “흑인 후보를 안 찍겠다”고 확실히 결심한 유권자는 10%에 불과하지만 일반적 거부감은 35%쯤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선 흑인 후보를 찍겠다고 한 뒤 실제로는 찍지 않는 현상을 의미하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와도 연결지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 탓에 오바마 캠프는 흑인 표의 결집 현상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흑인 후보의 정체성이 강조된다면 백인 표의 결집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흑인과 여성, 얽히는 표심=그동안 힐러리 후보는 오바마 후보 측으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을 만한 몇 가지 빌미를 제공했던 게 사실이다.
힐러리 후보는 얼마 전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흑인 민권운동보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정치적 입법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힐러리 후보의 한 지지자는 오바마 후보의 과거 마약 복용 전력을 제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탓에 힐러리 후보는 요즘 왕년의 농구 스타 매직 존슨 등 흑인 지지자를 가급적 자주 화면에 등장시키며 흑인과 친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오바마 후보의 흑인사회운동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도 자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백인 여성 유권자 중엔 지지 후보를 힐러리 후보로 바꾸는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9∼1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힐러리 후보는 백인 여성 표에서 50% 대 30%로 오바마 후보를 앞서고 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씨가 같은 여성인 힐러리 후보 대신 같은 흑인인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이후 윈프리 씨의 공식 웹사이트에 백인 여성들이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글을 대거 올리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