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허니문은 끝났소” 지지율 급락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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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발족 후 석 달이 채 안 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사진) 내각을 보는 일본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기 그지없다. “허니문은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 주말 각 매체의 정기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는 ‘지지한다’는 응답이 35.3%,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는 43%, 마이니치신문 33%로 각기 1∼2개월 전 정기조사 때보다 12.7%, 12%, 13%포인트 떨어졌다. 세 조사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정권이 성립 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지율 하락을 겪기 마련이지만, 후쿠다 내각의 경우엔 ‘지지한다’와 ‘지지하지 않는다’가 역전된 시기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보다 2개월이나 빠르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지적했다.

▽연금 불신이 정치 불신으로=이번에도 지지율 추락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베 내각 때와 마찬가지로 ‘공중에 뜬’ 연금 기록 문제. 특히 정부 여당의 안일한 태도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아베 내각에서 5000만 건의 연금기록이 주인을 찾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돼 왔다는 것이 밝혀진 뒤 일본 정부 여당은 7월 참의원 선거전에서 “내년 3월까지 모든 기록의 주인을 찾아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주무 장관인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이 11일 “최소 20% 가까이는 전혀 주인을 찾을 방도가 없다. 작업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고백하고 나선 것.

자민당으로서는 명확한 공약 위반이 된 셈이지만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공약은) 선거 중이었으니 간략히 말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후쿠다 총리는 한술 더 떠 “공약 위반이라고 말할 정도로 큰 얘기냐”고 반문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13일 “공약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잠시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바람에 거듭 비판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총리는 이것이 아베 전 총리의 공약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 모르나 국민이 보기에는 모두 똑같은 자민 공명 연립정권”이라며 후쿠다 총리를 질타했다. 후쿠다 총리는 17일 “오해를 부를 만한 표현이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흔들리는 리더십, 신테러특조법 집착 때문=사실 후쿠다 총리가 연금기록 문제에 무관심했던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인도양에서의 해상자위대 급유활동 재개 문제에 그의 관심이 온통 집중돼 있었던 것.

총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임시국회를 연장했고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에게 ‘대연립’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는 리더십의 위기로 연결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지지율 급락의 이면에는 오도 가도 못하는 후쿠다 내각에 대한 실망이 숨어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현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총리의 지도력이 없다”는 답이 40%를 차지했다. 바람직한 정권의 모습에 대해서는 ‘자민-민주 대연립’이 36%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부 여당은 앞으로 신테러특조법을 중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가결해 인도양에서의 급유활동을 재개하려 하지만 앞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이대로 정부 여당이 재가결을 강행한다면 내각 지지율은 더욱 떨어져 총리의 정권 운영이 한층 어렵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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