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리타공항 민영화 ‘난기류’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2009년이후 상장 추진하다 “외국자본에 먹힐수도”주춤

“하늘의 관문, 외자에 먹힐라.”

일본 정부가 나리타(成田) 국제공항회사를 완전 민영화하려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나리타 국제공항회사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의 특수법인 개혁에 따라 일본 정부가 주식 100%를 보유한 주식회사로 탈바꿈했다. 당초 2009년 이후 상장을 목표로 내년 봄 국회에 이를 위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가안보나 공익성 유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아 완전 민영화 계획이 흔들리고 있는 것.

최근 경영도 호조를 보여 9월 중간결산 기준으로 영업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1016억 엔을 기록했다.

10월 말 호주계 투자펀드인 맥쿼리가 하네다(羽田) 공항 터미널 빌딩 운영회사의 주식 19.9%를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자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다행히 하네다 공항은 특정 주주가 전체 주식의 2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무엇보다 공항 민영화의 선진 사례였던 영국 히스로 공항이 스페인 기업에 매수된 뒤 지난해 영국 정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상장 폐지된 것이 ‘공항 민영화’를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됐다.

히스로 공항은 마거릿 대처 정권의 행정개혁으로 1987년 상장된 이후 수입이 늘고 착륙료도 내리는 등의 성과를 보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05년 보고서에서 ‘공항민영화의 성공사례’로 평가했다.

하지만 스페인 회사가 히스로 공항을 상장 폐지하는 과정에서 영국 정부는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영국 정부가 한 주 갖고 있던 ‘황금주(한 주라도 보유하고 있으면 주주총회에서 중요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는 주식)’도 2003년에 없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국 러시아 중동 각국이 운영하는 거대 투자자금이나 정부계 펀드가 등장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공항 주식을 모두 방출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보완책으로 외자의 출자비율제한, 특정 주주의 보유상한 규제, 정부가 황금주를 갖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과도한 자본규제는 상장 취지에 역행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앞으로 논란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공항의 주요 주주
국가공항주요 주주(보유율)
영국히스로 스페인 건설회사 페로비알(93%)
프랑스샤를 드골정부(68%)
독일프랑크푸르트헤센 주(31%), 프랑크푸르트 시(20%)
네덜란드암스테르담정부(75%)
싱가포르창이주식회사 아님
태국방콕정부(70%)
중국 홍콩홍콩행정 당국(100%)
한국인천정부(100%)
미국 케네디주식회사 아님
호주시드니호주 투자회사 맥쿼리(64%), 페로비알(21%)
자료:일본 국토교통성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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