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17년 家臣 ‘젊은 피’ 택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 후계자 메드베제프 지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 드미트리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내년 3월 대통령선거 결과 예측이 쉬워졌다. 푸틴 대통령의 지지는 사실상 당선 보증수표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푸틴의 사랑받던 ‘지마’=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는 ‘지마’(드미트리의 애칭)로 불렸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대선 때 참모들에게 “지마가 일하도록 내버려 둬라. 그러면 일을 해낼 것이며 어쩌면 더 성장해서 나를 대체하는 인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7년 동안 그림자처럼 수행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던 그가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을 일찍 점쳐 왔다.
크렘린의 고위 관리들은 그에게 ‘이슬람 대신(大臣)’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크렘린 집무실에 수족관을 들여놓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물고기 밥을 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5년 대통령 행정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는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에는 많은 정파가 있지만 크렘린에선 한 팀밖에 없다. 그 팀의 임무는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일뿐이다”고 말했다.
▽안정과 경제를 선택=그동안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의 강력한 대권 경쟁자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였다.
대권 레이스 초반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는 군과 보안 계통 출신의 이른바 ‘실로비키’ 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국방 경찰 행정권을 장악해 온 이바노프 제1부총리에게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크렘린에서 이바노프 제1부총리의 강성 이미지가 내년 5월 푸틴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판세가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에게 유리하게 뒤바뀌었다.
러시아 제1기업 가스프롬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는 낙후지역 개발과 교육, 의료 분야의 대대적 개혁 프로그램인 ‘국가 프로젝트’의 최종 책임자로서 민생을 챙겨 왔다. 온건 자유주의자인 그는 기업인과 행정부 관리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6∼7%의 경제 성장을 이어 갈 적임자로 진작부터 낙점돼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푸틴의 역할과 행보도 관심=푸틴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로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를 선택한 것은 퇴임 후 40대 초반의 젊은 대통령을 옹립해 놓고 자신은 국가지도자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올해 55세인 푸틴 대통령은 내년에도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국정 수행에서 푸틴 대통령과 역할을 분담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메드베제프 제1부총리가 전임 대통령을 흔들거나 국정수행 능력이 떨어질 경우 이번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을 이끌었던 푸틴 대통령이 탄핵 절차를 거쳐 차기 대통령을 낙마시킨 후 또다시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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