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경선‘한방의 유혹’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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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유로 참전기피 아십니까?”

여론조사 빙자해 상대 악의적 비방 난무

《미국 대통령 선거의 예비선거를 2개월 앞두고 여론 조사를 위장한 흑색선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비선거의 첫 관문인 뉴햄프셔와 아이오와 주에선 10일 모르몬교도인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겨냥한 악의적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롬니 후보가 청년시절 프랑스 선교를 이유로 베트남 전쟁을 기피한 것을 아십니까?” “그의 아들 5명 중 단 1명도 군대에 안 간 것을 아십니까?”

롬니 후보는 화려한 경력을 갖췄지만 주류 기독교와 다른 모르몬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3, 4위권을 맴돌고 있다. 다만 2개 주에서만큼은 엄청난 사재를 털어 넣고 선전해 온 그를 비방하는 어처구니없는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여론조사의 첫머리에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베트남 전쟁의 전쟁영웅이었다는 것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이 들어간 점이다. 이번 조사가 매케인 캠프에서 롬니 후보와 매케인 후보를 비교하려는 얄팍한 술수를 쓴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매케인 후보 측은 “왜 우리가 그런 비겁한 일을 하느냐. 오히려 우리가 정치적 피해자다”라며 부인했다. 실제로 매케인 의원은 2000년 대선 예비선거 때 여론조사 방식의 흑색선전에 당한 바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승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매케인 측의 선거사무소로 어느 날 깜짝 놀랄 제보가 들어왔다. 누군가가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전화를 걸어 “(백인인) 매케인 후보가 부적절하게 태어난 흑인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것이었다. 여론조사라기보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른바 푸시 폴(push poll)로 불리는 악의적 흑색선전 기법을 동원한 것이다.

자녀 5명을 둔 매케인 후보가 흑인 여자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방글라데시 여행 도중 만난 여자아이를 입양해 다른 4명의 백인 자녀와 함께 키웠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인종차별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남부에서 오해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고 결국 선두자리를 부시 대통령에게 넘겨야 했다.

한편 민주당이라고 해서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식의 이전투구가 안 나올 리 없다.

공화당 성향의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 씨는 16일자 칼럼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힐러리 후보는 신중해 보인다”고 썼다.

오바마 의원 측은 “낡은 흑색선전 정치가 미국의 변화를 바라는 열망을 방해할 수는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힐러리 후보 측은 “공화당에 가까운 논객이 쓴 글을 차분히 검증하지 않고 이렇게 즉각적으로 대응하느냐. 이건 오바마 후보가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라며 공세를 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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