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린고비’ 세계적 거부들의 ‘손 큰 기부’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8분


억만장사 월마트 상속자는 픽업트럭 타고 다녀

오프라 윈프리 등 자선거부들 자수성가형 많아

‘자가용 제트비행기를 타고 세계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다니며 온갖 명품으로 치장하는 사람들.’

일반인들이 흔히 상상하는 세계적 거부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선입견과 달리 세계적 거부 중에는 푼돈을 아끼려고 ‘사소한 편의’까지 마다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 중 많은 부자가 자선사업에 아낌없이 거액을 기부한다.

▽“이발료도 아까워”=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자린고비 생활로 유명한 세계적 거부들을 소개했다.

휴대전화 판매회사 ‘폰스포유’를 창업했고 22억 달러(약 2조 원) 재산이 있는 영국의 존 코드웰은 집에서 머리를 깎는다. 본인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대지만 한 측근은 “이발비 10파운드(약 1만8700원)가 아깝다더라”고 전했다.

덜덜거리는 낡은 차를 타는 거부도 많다. 재산 330억 달러(약 30조 원)로 포브스 선정 부자 4위에 오른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1993년에 구입한 배기량 2400cc 볼보 왜건을 15년째 탄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도 15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를 가진 거부지만 10년째 링컨 콘티넨털을 탄다. 월마트의 상속자 짐 월턴과 그의 여동생 앨리스는 승용차 대신 픽업트럭을 타고 다닌다.

MS의 빌 게이츠(560억 달러)에 이어 포브스 선정 2위의 부호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520억 달러)은 50년 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담장도 없는 집에서 아직도 산다. ▽“나 같은 아픔 없게” 기부 대열=뉴스위크 최신호(26일자)가 발표한 2007년 ‘글로벌 자선사업가 50인’에는 버핏(1위)과 빌 게이츠 회장 부부(2위),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4위), 마이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14위), CNN 설립자인 테드 터너(25위),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35위),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45위)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들 중 16명은 한 해 1억 달러, 9명은 2억 달러 이상을 각종 구호단체와 환경단체, 질병 연구센터 등에 기부했다.

50인 중 상당수는 자수성가해 억만장자의 대열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나 과거의 아픔 때문에 기부를 결심하게 된 사람도 많다.

화학회사 운영으로 거부가 된 존 헌츠맨의 경우 부모가 모두 암으로 사망했고, 자신도 세 차례에 걸쳐 암 투병을 한 전력이 있어 ‘헌츠맨 암 연구센터’를 세웠다. 올해 이 센터에 낸 기부금만 7억 달러에 이른다.

각종 수집품 제작업체인 MBI의 테드 스탠리 회장 부부는 아들이 1980년 조울증(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모두 5억6800만 달러를 정신장애 연구센터에 기부했다. ‘비즈니스 와이어’ 창업자인 로리 로키는 어린 시절 책에 굶주렸던 기억 등을 되살려 오리건대에 4년간 1억3200만 달러를 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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