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가택연금…파키스탄 정부, 지지자 5000명 연행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코멘트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9일 가택 연금된 뒤 철조망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지지자와 언론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부토 전 총리는 이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저항하는 시위를 주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나서지 못했다. 이슬라마바드=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9일 가택 연금된 뒤 철조망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지지자와 언론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부토 전 총리는 이날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저항하는 시위를 주도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나서지 못했다. 이슬라마바드=로이터 연합뉴스
파키스탄에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반정부 시위를 주도할 예정이던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9일 연금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이날 파키스탄 서북부 도시 페샤와르의 정부 관료 자택에서는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4명이 숨지는 등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파키스탄 경찰은 9일 오전부터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부토 전 총리의 집을 철조망 등으로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부토 전 총리는 라왈핀디에서 열리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차를 타고 두 차례나 나오려 했지만 곧바로 제지당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무샤라프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던 50여 명의 지지자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이 투쟁은 독재에 대항하는 것이며 인민이 승리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AP통신은 집 주변에 몰려든 지지자 가운데 30여 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치안판사가 체포영장을 들고 부토 전 총리의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정부 고위관리도 부토 전 총리가 앞으로 30일 동안 연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는 AP통신과의 통화에서 ‘영장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부토 전 총리 측은 그가 총재직을 맡고 있는 파키스탄인민당(PPP) 당원 5000여 명도 체포됐다고 밝혔다. PPP의 안와르 바이그 의원은 “이번 사태는 명백한 불법감금이며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부토 전 총리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라왈핀디에 6000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전국의 주요 도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부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도로 곳곳에서 경찰에 돌을 던지며 저항했고,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이들을 제압했다.

한편 미국 정계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키스탄의 핵 기술이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인해 불량국가나 테러집단 등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 보도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치력이 약화되면서 핵 관리능력에 대한 미국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엘렌 토셔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미 정부가 파키스탄 핵무기에 대해 “충분한 통제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도 파키스탄이 ‘실패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위험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핵무기 유출 가능성을 경고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001년에도 파키스탄 과학자 2명이 오사마 빈 라덴에게 핵무기 제조법을 설명한 적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불안한 시기인 만큼 핵 관련 통제 시스템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