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거부권’ 거부한 美의회

  • 입력 2007년 11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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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거부했던 수자원 예산안에 대해 미 의회가 표결로 ‘거부권 무효화’를 결정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7년 만에 처음 겪는 거부권 무효화여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미 상원은 8일 해변 및 하천 정비, 댐 건설과 방조제 보완 작업 등 900여 개 사업에 230억 달러(약 21조 원)를 배정한 내년도 수자원 예산안을 승인했다. 찬성 79표, 반대 14표로 찬성표가 대통령 거부권의 무효화에 필요한 3분의 2를 넘었다.

곧 발효될 이 예산안은 이달 초 상하원을 통과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불필요한 사업이 너무 많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도 49명 가운데 34명이 ‘무효화’에 동의했다. 미 언론은 의회의 결정으로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작 백악관은 덤덤한 표정이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납세자의 편이므로 불필요한 지역구 현안 사업을 수없이 끼워 넣은 예산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민도 ‘세금 아끼려는 대통령 대(對) 일단 쓰고 보자는 의회’라는 구도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가을 들어 부시 대통령은 의회와 잇따른 예산 싸움을 벌여 왔다.

지난달에도 미 의회는 4인 가족 연 소득이 약 3만4000∼4만8000달러인 ‘저소득 중산층’ 가운데 18세 이하 어린이의 의료보험을 주 정부가 부담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필요한 예산은 담뱃세 인상을 통해 충당한다는 안이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의회로 돌려보냈다. 당시 의회는 거부권 무효화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이 법안의 입법은 무산됐다.

민주당은 “어린이의 건강보다 담배업자가 더 중요한가. 백악관이 현실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주 정부가 해결할 일까지 연방정부의 세금을 쓸 수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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