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부인 구보타 씨 뉴욕서 남편 주제로 회고전

  • 입력 2007년 9월 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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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아티스트로 활약했던 고 백남준 씨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의 마야 스탕달갤러리에서 ‘백남준과 함께한 내 인생’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아래 사진은 전시회에서 상영 중인 비디오의 한 장면으로 투병 중인 백 씨가 휠체어에 앉아 산책을 하는 모습. 뉴욕=공종식  특파원
비디오 아티스트로 활약했던 고 백남준 씨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의 마야 스탕달갤러리에서 ‘백남준과 함께한 내 인생’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아래 사진은 전시회에서 상영 중인 비디오의 한 장면으로 투병 중인 백 씨가 휠체어에 앉아 산책을 하는 모습. 뉴욕=공종식 특파원
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에 있는 마야 스탕달갤러리. 고 백남준 씨의 아내로 유명한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70) 씨의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에선 ‘백남준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보타 씨도 평생 비디오아트를 해온 작가다.

“남준(그는 고인을 꼭 ‘남준’으로 부른다)이 1996년 쓰러진 뒤 간병을 해 오느라 작업 활동을 못 했죠. 지난 10여 년은 ‘수간호사’로 살아왔어요. 남준이 세상을 떠났으니 나도 작가로 다시 돌아왔어요.”

이번 전시회 제목은 ‘백남준과 함께한 내 인생’이다. 제목처럼 남편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한 손엔 바이올린, 다른 손엔 부처의 머리를 쥔 남자가 지구 위에 올라가서 두 팔을 활짝 벌린 작품이 눈에 띄었다. 제목은 ‘백남준Ⅱ’. 최근 새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남준은 바이올린 켜기를 좋아했어요. 부처도 남준 작품에 자주 나오는 주제죠. 남준이 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기자의 손을 이끌고 안내한 작품은 제목이 ‘한국 묘지’였다. 전통적인 한국식 묘지 위에 모니터 12개를 붙였다.

“1983년 남준의 선영을 방문했을 때 많은 것을 느꼈어요. 묘지 위의 모니터 창은 사자(死者)와 의사소통을 하는 창문이에요. 저도 이 창을 통해 세상을 떠난 남편과 대화해요.”

모니터에는 1983년 남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화면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남편과 대화할 때 남편이 무슨 말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기보다 훌륭한 작가가 되라는 말을 했어요. 그게 남준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구보타 씨는 남편의 타계 2주년이 되는 내년 1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국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고인이 투병하던 시절 모습을 담은 비디오도 방영됐다. 주변 사람과 천진하게 장난 치는 모습,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켜 힘겹게 재활훈련을 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전시회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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