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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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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국 새 국면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영국에서 망명 중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서로 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협상에 합의했다고 CNN,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협상이 타결돼 부토 전 총리가 정계에 복귀하면 안팎으로 위기에 몰린 무샤라프 대통령의 통치는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무샤라프의 군사 쿠데타로 축출돼 망명 중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도 곧 귀국해 정계에 복귀할 예정이어서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둔 파키스탄 정국에 파란이 예상된다.
부토 전 총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내 요구를 받아들여 현재 겸하고 있는 군 참모총장 직을 사임하기로 했다”며 ‘권력 분점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파키스탄 아즈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협상이 80∼90% 진전됐고 10∼20% 남았다”고 말했다.
부토 전 총리는 협상에서 특히 의회의 복권, 공정한 총선 실시 등을 논의했다고 CNN은 덧붙였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1999년 쿠데타로 집권했으나 장기집권과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여론으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대통령의 군 참모총장 겸직을 허용하는 개헌안에 반대한 이프티카르 무하마드 초드리 대법원장을 해임한 뒤로 여론의 비판에 몰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의 독재에 반대하는 이슬람 단체가 이슬라마바드의 ‘붉은 사원(Lal Masjid)’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학생들이 대부분인 시위대를 유혈진압하자 파키스탄 곳곳에서 보복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23일 영국에서 망명 중인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을 법적으로 보장한 판결을 내린 것도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다.
무샤라프를 지원해 온 미국 정부도 탈레반과 알 카에다 등 무장세력 소탕에 소극적이라며 무샤라프 정권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무샤라프와 부토 간 협상에 미국과 유럽이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보도했다. 무샤라프 정권이 흔들리면 반테러 전쟁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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