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네소타 고속도 교량 붕괴…퇴근차량 50대 강물로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1일 오후(현지 시간) 퇴근길 러시아워에 미시시피 강을 가로지르는 대형 교량이 무너져 내려 최소 9명이 숨지고 62명이 다쳤다.

실종자가 20명 이상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고 있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리 붕괴가 테러 때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혔다. 미국 사회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에 이어 전형적인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빚어진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사고 순간=붕괴된 다리는 미니애폴리스 도심과 연결되는 주간(州間) 고속도로 ‘I-35W’의 일부로 왕복 8차로 교량이며 전체 길이는 300m가량.

오후 6시 5분경 굉음과 함께 다리 중간 부분이 V자로 꺾이면서 150m가량의 상판이 20m 아래 강물로 주저앉았다.
다리 위에 있던 차량 대부분이 함께 아래로 떨어졌고 강물로 빠진 차도 50대 이상 된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학생 59명이 탄 스쿨버스는 간신히 다리 난간에 걸려 참사를 모면하기도 했다.
운전자들은 현지 언론에 “다리가 휘는 듯하더니 갑자기 튕겨 올랐다가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다리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강물엔 철골과 콘크리트 구조물, 차량들이 뒤엉켜 처박혔다. 사고 직후 구조대원들이 교량 상판 사이에 끼인 차량에서 생존자를 구조했고 잠수부들도 투입됐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구조 및 수색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1967년 건설된 이 다리는 강철 트러스교로 하루 14만 대가 건너는 일대 교통의 핵심 축이다.


▽사고 원인=미국 언론은 안전대책 소홀로 사고가 빚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 신문인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다리는 2005년 주 교통국 안전검사에서 ‘구조적 결함’ 진단을 받았다. 당시 50점을 받았는데 50점 이하는 교량 대체가 필요한 점수라는 것.

뉴욕타임스는 2001년 안전검사에서 강철 트러스 연결부가 노후화 초기 상태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밤부터 ‘도로 표면 공사’(주 교통국 웹사이트)를 위해 상행선이 통제된 데 이어 1일 오후 8시부터는 하행선이 통제될 예정이었다. 붕괴 당시 다리에선 콘크리트 구조물, 가드레일, 가로등 등에 대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팀 폴렌티 주지사는 “미네소타 주 역사에 남을 참사”라면서도 2005년, 2006년 검사에서 구조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1994년 붕괴돼 32명의 인명을 앗아간 서울 성수대교 참사 당시 붕괴된 상판 길이는 48m여서 길이만으로 볼 때 이번 미네소타 주 교량의 붕괴 규모가 3배 정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화보]美 퇴근길 고속도로 교량붕괴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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