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2곳… 11곳… 피랍자 소재 오리무중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 피랍자 22명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억류돼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어 협상에서도 혼란을 빚고 있다. 22명이 몇 곳에 분산되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몇 곳에 몇 명씩 나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 헷갈리는 인질 분산수용 현황

▽분산 소재 오리무중=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7일 연합뉴스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모두 11곳에 2명씩 분산 수용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랍자 중 한 명인 임현주 씨는 26일 미국 CBS 방송에 공개된 음성 녹취록에서 “남녀로 나뉘어 두 개 그룹으로 붙잡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파악한 내용이나 외신 보도는 또 다르다.

25일 기자 카메라에 잡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모에는 피랍 한국인 23명의 수와 같은 ‘8+6+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숫자 8과 6 밑에는 각각 ‘돈’, ‘해결’이라고 적힌 반면 숫자 9 아래에는 ‘강경’이라고 쓰여 있었다. 강경파 1개 그룹과 온건파 2개 그룹으로 분산 수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알자지라 방송은 26일 “인질들이 세 곳에 나뉘어 억류되어 있으며 두 그룹은 탈레반 본부의 통제를 받고 있지만 한 그룹은 다른 단체에 속해 있다”고 전했다.

DPA통신도 27일 “칸다하르와 헬만드 등 남부 지역 탈레반들은 수감자 석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두 그룹은 돈을 받고 피랍자를 넘겨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피랍자 가운데 여성 일부가 현 억류장소에서 현지 주민들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27일 전했다.

▽피랍자 소재 엇갈리는 이유는=이처럼 정보가 제각각인 이유도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먼저 인질의 소재를 노출하지 않으려는 탈레반 측의 언론 플레이일 수도 있다.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당초 “몇 군데에 분산돼 있다”고 했다가 27일에는 11곳이라고 밝혔다. 인질들이 여러 곳에 분산될수록 구출작전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만약에 있을지도 모를 구출작전에 혼선을 주기 위해 이 같은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있다.

‘두 곳’설은 탈레반 내부 갈등 가능성을 제기하는 ‘세 곳 분산’ 주장을 일축하고 결속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임 씨가 ‘두 곳 분산’설을 얘기했지만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곳에 억류돼 있더라도 여러 방에 분산 수용됐을 경우 다른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알지 못할 수 있기 때문.

아니면 탈레반 측이 근거지 노출을 막고 협상 상대에게 혼선을 주기 위해 수시로 억류 장소와 인원을 바꾸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3월 피랍됐던 이탈리아 기자 다니엘레 마스트로자코모 씨는 석방 뒤에 한 인터뷰에서 “3주 동안 15번이나 은신처를 옮겨 다녔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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