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수감자 8명씩 맞교환 준비”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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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을 억류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1단계로 피랍 한국인 8명을 탈레반 수감자 8명과 맞교환으로 풀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지만 석방 교섭에 일정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여 피랍자들의 무사 귀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탈레반 측은 24일 밤 자신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8명의 탈레반 동료 수감자 명단을 아프간 정부 측에 전달했으며 피랍 한국인 8명을 풀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탈레반이 석방할 한국인 인질은 모두 여성으로 일부는 환자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 당국자는 “탈레반 측이 한국인 석방을 준비 중이라는 외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다. 이 당국자는 또 “피랍자 가족들을 동요시키기 위한 고도의 언론 플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지휘관 압둘라는 AFP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아프간 정부 대표에게 수감자 8명의 명단을 넘겼다”며 “이들이 석방되면 다른 탈레반 수감자 명단을 넘길 것이고 동수의 인질을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아프간 부족 원로인 압둘 와히드 무자다디 씨도 탈레반 측이 명단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으나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할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AFP는 덧붙였다.

또 탈레반 무장세력과 협상 중인 아프간 정부 측 관계자는 이날 저녁 “탈레반 측의 태도가 부드러워졌다.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 합의가 이뤄지면 25일 피랍자 석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했다. 탈레반 측은 네 번째 협상 시한인 이날 오후 11시 30분까지 타결되지 않더라도 시간을 더 주겠다고 밝혔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NHK방송도 이날 탈레반 측이 피랍 한국인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아프간과 한국 협상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급진전 기류는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직접 협상 과정에서 나름대로 요구 조건을 관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AFP는 한국 대표단이 아프간 부족 원로들의 중재로 탈레반 측과 직접 협상(direct talks)을 벌였다고 전했다. 탈레반 지휘관의 대변인도 “한국 정부의 압력이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우리 요구를 수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통신사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전했다.

이에 앞서 교도통신은 탈레반 측이 한국 정부에 피랍 한국인과 직접 통화를 하도록 해 주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협상을 중재하는 아프간 정부 측 대표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은 이 보도를 부인하며 “우리 요구는 동료 수감자의 석방”이라고 주장했다고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DPA 통신도 당초 납치세력 중 한 명이 이런 요구를 했으나 지도자 그룹에서 어떤 돈도 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인이 납치된 가즈니 주의 현지 주민 1000여 명은 이날 피랍자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주민은 한국인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가즈니 주 경찰 부총수인 모하마드 자만 씨는 AP 통신에 “한국인은 우리 손님이기 때문에 탈레반이 그들을 안전하게 석방하기 바란다”는 현지 주민들의 뜻을 전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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