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마음먹고 버텨서 꼭 돌아와” 희망의 메세지

  • 입력 2007년 7월 24일 20시 25분


"영경아! 졸업사진 찍을 때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피랍된 봉사단원 가운데 막내인 이영경(22·여) 씨가 다니던 경기 안양시 안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은 해맑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 씨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일부 비난여론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이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이 씨가 아무 일 없이 자신들의 곁으로 돌아와 함께 생활할 날을 고대했다.

이들 중 이 씨와 가장 친했던 친구와 선·후배들은 24일 "정든 캠퍼스에서 꼭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희망의 메시지를 본보에 전했다.

"5월에 우리 학교 앞에서 만났잖아. 나 휴학하고 몇 달 만에 만났었지. 교수님들이랑 밥 먹고 커피 마시고, 노래방도 갔었지. 노래 부르기 싫어하는 너한테 내가 억지로 노래 시켰는데…. 영경아! 이 고통이 힘들겠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버텨서 꼭 돌아와.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잠깐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정말 착했던 너니까 믿을게."(임윤혜·22·여)

"처음에 한국인이 피랍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너무 화가 났어. 이라크에서 군 생활을 한 나로서는 군인이나 갈 위험한 곳에 왜 민간인이 들어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러나 그 중에 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너무 놀랐다. 그런 것도 모르고 화를 냈던 나 자신한테도 화가 났고…. 영경아, 항상 웃고 있던 착한 후배였으니까 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제발 몸만 건강히 돌아와라."(김형우·24)

"5월인가. 언니 졸업사진 찍던 날이지. 평소에 잘 꾸미지도 않던 언니가 그 날은 화장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하고 왔잖아. 너무 들떠 보이는 모습에 '언니도 이제 예쁜 사회인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그 때 언니가 웃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선배였지만 책도 주고 늘 나한테 잘해줬던 언니, 방학 중에도 스터디 만들고 모든 것에 열심이었던 언니였는데…. 그런 언니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나.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워. 그래도 언니, 조금만 참고 버티면 가족이랑 우리 품에 안길 수 있을 거야. 꼭, 꼭 건강하게 돌아와"(최용주·21·여)

안양=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피랍자 가족들, 건강 이상설에 초조한 기색 역력

피랍 5일째인 24일 피랍자 가족들은 오후 4시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전해 오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피랍자들의 건강 이상설이 전해지며 어느 때보다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3번째 협상 시한을 맞이한 가족들은 전화 통화 대가로 10만 달러를 달라는 탈레반 납치세력의 요구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족 대표 차성민(30) 씨는 "정부에서 탈레반 측의 요구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가족들과 논의를 해 봐야지 섣불리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피랍자의 한 가족은 "정부에서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가족들은 특히 피랍자들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현지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을 글썽이며 건강을 기원하기도 했다.

3차례나 계속된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가족들은 "정부와 납치단체 간에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에 초조한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며 정부에 신뢰감을 보였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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