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안하면 살해”→“23명 맞교환”새 요구 →“시한 또 연장”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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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프가니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이 교회와 연락이 끊긴 것은 19일 오후.

봉사단은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경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버스를 타고 남부 칸다하르 시로 출발했다. 봉사단원 가운데 1명은 오후 5시경 “칸다하르로 가고 있다”고 한국의 은혜샘유치원 관계자에게 전화로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도착 예정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봉사단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교회 측은 이 사실을 외교통상부에 알렸고, 외교부는 곧바로 사실 여부 확인에 들어갔다.

아프간 정부는 마지막 통화가 이뤄진 19일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 한국인들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랍 소식은 하루 뒤인 20일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낮 12시 반경 “한국인이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가 “사실을 확인하고 있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정부는 곧바로 외교부에 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에 현장 지휘본부를 설치하는 한편 몇 차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날 밤 외신이 “21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4시 반)까지 아프간에 있는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한국인들을 살해하겠다”는 탈레반의 경고를 전하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노무현 대통령은 탈레반이 밝힌 인질 처형 시간을 2시간 앞둔 21일 오후 2시 반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 측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긴급 메시지를 발표했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내 방송과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오후 4시 반이 지났지만 피랍 한국인들이 살해됐다는 탈레반의 발표나 보도는 없었다. 하지만 4시 50분경 탈레반이 독일인 인질 2명 가운데 1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위기감이 커졌다. 다행히 탈레반은 10분 뒤 “한국 정부의 적극적 태도 때문에 한국인 인질이 아직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1시가 넘어 탈레반은 “22일 오후 7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30분)까지 탈레반 대원 23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 23명을 살해하겠다”는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놨다.

22일 오후 정부가 급파한 대책반이 아프간 현지에 도착했다. 이날 한때 아프간에서 피랍자 구출작전이 시작됐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면서 진위를 놓고 소동이 벌어졌지만 정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서 (납치세력과) 몇몇 경로로 접촉하고 있으며 서로의 요구 사항에 대해 교감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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