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동료가 근무 이탈” 총리 아들의 고자질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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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한 육군 소위가 국방장관과 군 관계자 수백 명에게 동료와 군의 잘못을 고발하는 e메일을 보냈다. 정의감에서 나온 행동으로 높이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가문을 등에 업고 지휘계통을 무시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면서 싱가포르 정부가 곤혹스러운 상태에 놓였다. 소위의 부친은 리셴룽(李顯龍) 총리, 할아버지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이기 때문.

13일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리센룽 총리의 장남 리홍이(李鴻毅·20)는 지난달 테오 치 한 국방장관과 군 고위 관계자 수백 명에게 e메일을 보냈다. “동료 장료가 두 번이나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이 사실을 상관에게 알렸는데도 군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2000자 분량의 e메일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칭찬은커녕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를 이어 총리를 지낸 것 외에 어머니인 호 칭 여사가 거대 국영 투자기업인 테마섹의 대표인 점을 들어 집안 전체의 권력남용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리 소위가 국가의 장학금으로 미 MIT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쌓았다는 그간의 세평에 금이 간 것은 물론이다.

문제가 확산되자 싱가포르 군 당국은 이날 지휘계통 위반 등을 이유로 리 소위를 견책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리 소위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관할이 아니거나 문제를 다룰 권한이 없는 군 인사들에게까지 e메일을 보낸 것은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그의 동료 장교들은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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