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軍 이제 내 손안에”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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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군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사실상 군부를 손아귀에 틀어쥐었다.

2004년 9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취임한 후 주석은 최근까지 전국 7대 군구(軍區) 중 6곳의 사령관을 비롯해 일선 주요 포스트를 교체했다.

홍콩 언론은 “최근 3명의 상장(上將·한국의 대장) 진급과 4명의 군구 사령관 교체는 후 주석의 군부 장악이 완료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후 주석이 ‘집권 2기(2007∼2012년)’엔 군에서도 자신이 주창한 ‘과학 발전관’ 이념을 확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덫’=“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을 입증하듯 장 전 주석은 후 주석이 2002년 11월 당 총서기에 취임한 뒤에도 2년 가까이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

장 전 주석은 특히 퇴임 직전인 2004년 6월 무려 15명을 상장으로 임명해 주요 포스트에 배치했다. 이 때문에 올 초만 해도 후 주석이 군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후 주석, 일선 주요 포스트 완전 물갈이=취임 초기 2년간 후 주석은 별다른 군 인사를 하지 않았다. 장딩파(張定發), 징즈위안(靖志遠) 중장을 상장으로 진급시켜 각각 해군사령관과 제2포병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지난(濟南)과 선양(瀋陽) 군구의 사령관을 교체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후 주석은 지난해 6월 무려 10명의 고급 군관을 상장으로 진급시켰다. 이는 격변기를 제외하면 매우 이례적인 것.

최근에 이뤄진 군 인사 폭은 지난해보다 작지만 의미는 훨씬 깊고 크다. 후 주석은 지난달 베이징(北京)과 난징(南京), 광저우(廣州), 란저우(蘭州) 등 군구 4곳의 사령관을 모두 교체했다. 팡펑후이(房峰輝) 베이징군구 사령관은 전자 분야 전문가다. 장친성(章沁生) 광저우군구 사령관은 국제외교통이다.

이에 따라 전국 7대 군구 중 6곳의 사령관이 모두 후 주석이 임명한 인물로 바뀌었다. 2002년 10월 장 전 주석이 임명한 왕젠민(王建民) 청두(成都)군구 사령관 역시 후 주석이 지난해 6월 상장으로 진급시켰다는 점에서 ‘후 주석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후 주석은 이어 이달 6일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관과 쉬치량(許其亮)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쑨다파(孫大發) 총후근부 정치위원을 각각 중장에서 상장으로 진급시켰다. 쉬 상장은 조만간 공군사령관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육해공군 사령관이 모두 후 주석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셈이다.

▽중앙군사위도 ‘장’ 파에서 ‘후’ 파로=일선 사령관은 교체됐지만 중국군 최고 권력기관인 중앙군사위는 여전히 장 전 주석의 인물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후 주석을 제외한 9명(사망자 1명 제외)의 위원 가운데 후 주석 취임 이후 진입한 사람은 쉬차이허우(徐才厚) 부주석과 징즈위안 위원 등 단 2명.

따라서 후 주석은 중앙군사위 위원도 대부분 물갈이할 방침이다. 장 전 주석 시절 선출된 7명의 군사위원 가운데 궈보슝(郭伯雄) 부주석과 총장비부 부장인 천빙더(陳炳德)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의 ‘무장(武將)’ 사로잡기=이 같은 후 주석의 군부 장악에는 후 주석 나름의 ‘공들이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후 주석이 집무하는 책상엔 31명의 상장 얼굴이 든 배치표가 깔려 있다”며 “후 주석이 얼마나 군을 중시하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또 군심(軍心)을 잡기 위해 지난해 군인 월급을 단번에 2배로 올려 주었다. 올해엔 8000억 원을 들여 225만5000여 명의 인민해방군 군복을 모두 ‘폼 나는’ 현대식 제복으로 바꿔 줬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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