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에도 ‘롱테일 이론’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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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유일한 공화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이 0.5%를 넘지 못하는 꼴찌 후보, 국가의 간섭이 싫다고 국세청과 교육부, 국토안보부를 폐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도 반대한다는 후보….

미국 텍사스 주의 현역 10선 하원의원으로 공화당 예비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론 폴(71·사진) 의원의 면면이다. 그의 행보는 실제로 주류(主流) 정치인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는 올해 4∼6월 240만 달러(약 22억 원)를 모금하면서 일약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소수 열성적 지지자의 소액헌금이 원천이다. 올해 2월 출마선언을 할 때 단돈 1만 달러(약 919만 원)로 출마준비위원회를 구성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의 선거캠프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6월 말 현금보유액 240만 달러는 공화당 ‘3강’의 한 축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270만 달러와 큰 차가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폴 의원의 이 같은 선전(善戰)은 디지털경제에서 말하는 ‘롱테일 이론’이 인터넷 선거에도 적용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롱테일이란 평균값과 거리가 먼 극단적 통계 값을 말하는 통계학 용어.

롱테일 이론은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선 구석에도 진열이 안 될 몇 십 년 전 소설이 온라인 시장 아마존닷컴에선 연 1000∼2000권이나 팔린다는 조사결과에서 출발했다. 롱테일 이론의 창안자인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Wired)’ 잡지 편집장은 “과거에는 눈길도 못 받던 ‘한계제품’이 검색 및 거래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인터넷에서는 새롭게 조명받는다”고 설명했다.

미국판 싸이월드로 통하는 마이스페이스(MySpace), 페이스 북(FaceBook)에서도 폴 의원의 검색순위는 매케인 의원보다 앞선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선 그의 공식영상물 검색 횟수가 200만 회를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인터넷의 ‘뭐든 가능하다. 날 상관하지 말아 달라’는 문화가 폴 의원의 자유방임적 철학과 맞아떨어지면서 극렬한 소수 지지자 층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역 산부인과 의사인 폴 의원은 1978년 이후 상원의원 및 대통령에 도전하면서 의원직을 2번 사퇴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이것저것 다 반대한다는 점에서 ‘닥터 노’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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