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평창의 꿈이 푸틴의 로비에 좌절됐다”

  • 입력 2007년 7월 5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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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소치(左)와 숨 멎은 평창.
환호하는 소치(左)와 숨 멎은 평창.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연합]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연합]
“푸틴의 승리다.”

‘평창의 8년 도전’이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켜본 주요 외신들은 5일 일제히 “평창의 꿈이 푸틴의 로비에 좌절됐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외신들은 유치 도시가 결정된 뒤 소치의 승리 요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놨다.

◇외신들 “대장 푸틴의 로비작전이 승리 요인”

영국 CNN네트워크의 SI.COM은 이날 소치의 유치 소식을 전한 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로비력과 러시아가 가진 국가의 힘이 승리의 요인이라는 해설기사를 실었다.

“결과는 푸틴의 승리였다. 그는 그의 국제적인 명성을 이용해 IOC위원들에게 로비하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직접 과테말라로 왔다. 이것이 효과를 거뒀다.”

그러면서 “293개의 동계올림픽 메달을 보유한 러시아는 한번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적이 없다. 그것이 IOC가 소치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IOC는 올림픽을 새로운 나라들에 유치해가며 올림픽을 세계인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유력통신사인 AFP도 “푸틴의 활동은 IOC 위원들을 놀라게 했다”며 푸틴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소치 유치팀의 대장으로 명명된 푸틴은 프레젠테이션을 이끌고 그가 공개적으로 처음 하는 영어로 IOC 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노력은 토니 블레어가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년 전에 벌였던 로비작전을 연상케 했다. 이것은 평창을 선호하도록 위원단에게 로비한 자크 로케 IOC위원장에게 충격을 줬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이날 오전 소치의 승리소식을 알리는 현장기사에서 “푸틴은 소치의 승리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푸틴 정부는 소치를 세계 수준급의 동계 올림픽 센터로 만드는 데 1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 있는 사람 중의 한명인 푸틴은 그에게는 드문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공약을 강조했다. 그는 소치의 자연적 이점을 자랑하며 ‘해변에서는 기분 좋은 봄날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산 위에 올라가면 겨울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산 눈은 최고의 품질을 보장한다’고 했다. 푸틴은 소치 승리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러 “IOC의 믿음 때문에 우리가 이겼다”

캐나다 CanWest News는 승리요인을 자체 분석한 엘리나 애니키나 소치올림픽유치위원장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는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기는 했지만, 사실 평창이 객관적인 조건에서 더 나은 후보였다고 생각했다”고 인정한 뒤 “나는 그것이(소치의 유치가) 우리에 대한 (IOC의)믿음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객관적으로 한국이 더 강했다. IOC의 자체 평가단은 러시아의 야심찬 건설 계획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나는 IOC가 우리에게 대단한 신뢰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러시아다, 우리는 절대 우리가 뱉은 말은 지킨다”고 강조했다.

◇국내 “푸틴과 유럽의 벽 넘지 못했다”

국내 체육계와 언론에서도 패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크게 보면 3가지다.

먼저 푸틴과 러시아 체육계의 외교력의 승리다. 소치는 지난 2월 IOC의 현지 실사 때까지도 “과연 7년 내 경기장을 완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는 등 객관적인 평가에서 평창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뒤늦게 푸틴이 합류하면서 파상적인 외교력과 물량공세로 승리를 안았다는 것.

두 번째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 유치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국제 스포츠계에는 대륙 및 국가 안배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어 한 나라에 큰 대회를 몰아주지 않는다.

세 번째는 유럽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4년 전 1차 투표에서 51표(벤쿠버 40표, 잘츠부르크 16표)를 얻고도 2차에서 벤쿠버에 53-56표로 역전패했다. 이번에도 결국 1차에서 36-34표로 이기고도 2차에서 47-51표로 졌다. 잇단 역전패는 유럽의 잘츠부르크 표가 소치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이 기사는 이우섭 동아닷컴 인턴사원(jeromi9117@hotmail.com)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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