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조심스러운 체니 측근 구하기

  • 입력 2007년 7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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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엄청 변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부시 대통령이 2일 단행한 루이스 리비(사진) 전 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부분 사면(감형) 조치에 대해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렇게 말했다. 감형 결정 과정과 성명서 내용에 부시 대통령의 고민스러운 처지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감형’=부시 대통령은 리비 씨가 선고받은 징역 30개월과 벌금 25만 달러, 보호관찰 2년 가운데 징역형만 감형해 줬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내린 구원 조치였다. 항소법원이 리비 씨의 입감(入監) 연기 신청을 2일 기각함에 따라 그는 며칠 내에 교도소로 가야 할 처지였다. 이미 연방교도소 죄수 번호가 배정된 상태였다.

부시 대통령의 성명에는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리비 씨를 기소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는 매우 자격 있고 전문성을 지닌 인물로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배심원단은 모든 증거와 증언을 심사숙고한 끝에 유죄를 결정했다. 우리의 사법 시스템은 증언의 진실성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만약 누군가 위증한다면, 특히 그가 대중의 신뢰를 담보해야 할 정부 관리라면 마땅히 위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대목만 읽으면 민주당의 성명서로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비판론자들은 ‘이번 건이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자체가 안 된다’고 지적한다”며 양비론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판사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징역형은 과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감형 결정에 앞서 자신의 강력한 지지층이기도 한 리비 씨의 친구들에게 “구명 로비를 하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법무부와도 상의하지 않고 홀로 결정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지지율이 밑바닥을 헤매기 이전의 부시 대통령 같았으면 과감하게 자기주장을 펴면서 사면 결정을 내렸을 텐데…”라고 말했다.

▽불만스러운 보수층, 분개한 진보층=딕 체니 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던 리비 씨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의 대표적 인물. 그동안 ‘리비 구하기’에 매진해 온 네오콘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시큰둥한 표정이다. 리비 씨의 한 친구는 “부시 대통령이 중도파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에게선 “왜 정부가 바뀌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그들은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는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리비 씨는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 누설 사건과 관련해 2004년 대배심 증언 때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를 부인하는 CIA 보고서 작성자가 CIA 요원의 남편(조지프 윌슨 전 대사)이라는 사실을 언론인에게서 들었다”고 허위진술(실제론 CIA 측에서 정보를 입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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