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속 5cm'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 입력 2007년 6월 13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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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하는 '초속 5cm'는 재패니메이션의 새로운 전설이 될 만한 영화다. 일본의 전통적 2D애니메이션으로 실사에 가까운 화면을 구축한 형식미학과 언어로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운 서정시학을 동시에 성취했다. 더욱이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수십억 원이 들어가고도 모자랄 작업을 불과 2500만 엔(2억원)에 이뤄냈다. 그 제작비 중 일부는 전체 3부작 중 1부를 인터넷에 공개해 마련했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제목으로 삼은 이 작품은 거리와 속도를 넘어서고자 하는 애틋한 사랑에 대한 3부작 옴니버스다. 컴퓨터게임회사 직원으로 집에서 혼자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카이 마코토(新海誠·34) 감독. 도쿄에 사는 감독과 e메일인터뷰를 통해 '초속 5cm'의 미학을 5cm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1인 제작 시스템'의 감독으로 혜성처럼 데뷔했는데.

"그림을 배운 적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한 경험도 없었다. 직장에서 영상제작용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처음엔 직장에 다니며 그리기 시작했는데 육체적 한계를 느꼈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뒤 최소한의 잠과 식사시간을 제외하곤 모든 시간을 그리는데 투자했다. 그 당시는 그냥 그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주인공 토노 다카키가 성장하는 과정을 쫓아가면서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사랑과 고독의 감수성을 형상화했다. 당신의 작품들에선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에 대한 순수한 감정, 거기서 촉발되는 영혼의 고독이라는 공통된 주제의식이 발견된다. 개인적 체험이 녹아있는가.

"다카키처럼 열렬한 사랑은 못했지만 애절한 연애에 대한 경험은 많았다. 결혼을 하던 연애를 하던 서로의 마음이 절묘하게 합치되는 일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서로 그런 마음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며 쌓아 가느냐가 인생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이번 작품은 '별의 목소리'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같은 전작 보다 성숙미가 물씬 느껴진다. 우주적 공간이나 초역사적 공간에서 노닐던 상상력이 현실에 착색된 탓일까.

"나는 언제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아무도 나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관객이 좋아할 만한 SF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지금은 날 아는 관객들이 조금은 있기에 SF라는 장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만한 용기가 났다."

-2D 애니메이션임에도 일상의 추억을 묘사할 때는 '기억의 해부학'이라도 펼치듯 실사를 방불케 하는 정밀함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은 실사를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실사 이상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지 않으면 영화적인 설득력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실사처럼 담아내고 싶었다."

-폭설로 인한 기차의 연착, 우주선 발사, 기차 건널목에서 우연한 만남 등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면에서 맴돌던 감수성이 비언어적 방식으로 폭발하는 순간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해냈다.

"시골에서 고교시절을 보냈는데 하교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며 노을 진 하늘을 봤을 때 눈물이 날 뻔한 기억이 있다. 자연과 우주의 일치감을 느낀 듯한 경험이었는데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아름다움은 지나가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그 순간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떨림이 있다. 그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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