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공항 테러음모 적발…“실행됐다면 9·11 능가”

  • 입력 2007년 6월 3일 20시 13분


2일 발표된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폭파 음모는 계획단계에서 적발됐다. 용의자 4명의 조직력도 알 카에다 같은 중동계 국제테러 조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하루 1000편 이상의 비행기와 연간 4500만 명이 이용하는 미국의 상징적 공항과 뉴욕의 석유 파이프라인이 공격목표였으며, 미국의 바로 옆 동네인 중남미에서도 미국을 노리는 테러 음모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특히 주모자가 미 시민권자이며 전직 공항 근무자였다는 점에서 '막고 또 막아도 끝없이 새로운 테러리스트들과 테러 방법이 생겨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돼 미국과 서방세계의 고민은 크다.

○…미 법무부는 "만약 실행됐을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가공할 음모였다"고 밝혔다. 승객 터미널이나 여객기를 겨냥한 게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겠지만 경제적 파괴 규모는 9·11 테러 보다 더 컸을 것이란 게 법무부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수사관계자를 인용해 "주도자들의 면면과 자금동원력은 미약한 수준이었다"며 "다만 이들이 중남미 이슬람 테러조직의 본격 지원을 받는 단계까지 계획을 진행시켰을 경우엔 가공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공항 석유탱크와 연계해 파괴하려던 석유 파이프라인은 64km 길이로 JFK 공항에서 뉴욕을 거쳐 뉴저지 주 린덴을 잇는다. 하지만 보안당국은 석유 파이프라인은 특단의 보안대책이 마련된 설비로 석유탱크가 폭발하더라도 차단 밸브가 있으며 파이프엔 공기가 없어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모자인 러셀 디프라이트(63)씨는 가이아나 출신의 미 시민권자로 JFK 공항 화물창고에서 일했다. 그는 연방수사국(FBI)이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가장해 접근시킨 정보원에게 "미국을 뼛속깊이 증오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그는 FBI 수사에서 "케네디(전 대통령)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므로 JFK 공항을 파괴하면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체포된 압둘 카디르 씨는 가이아나 국회의원 및 시장을 지낸 무슬림이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 동쪽에 있는 인구 77만의 작은 나라로 무슬림은 인구의 7% 정도다. 하지만 이 일대에서 암약하는 자마트 알 무슬리민이란 단체가 1990년에 인근 섬나라인 트리니다드 정부 전복을 기도할 정도로 이슬람 과격파의 영향력이 크다.

디프라이트 씨는 JFK 공항 석유탱크를 4차례나 비디오로 촬영하고 수시로 가이아나를 오가며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1월부터 정보를 입수, 은밀히 수사를 벌여왔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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