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호시노 “한국기업, 유행만 좇으면 1등 못해”

  • 입력 2007년 5월 9일 03시 04분


“한국의 제조업은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다. 골프에 비유하면 핸디캡 20가량이다.”

한국 기업에 도요타생산방식(TPS)을 전수한 공로로 지난달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숭례장을 받은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71·사진) 기후차체공업 회장은 7일 기후(岐阜) 현 가카미가하라(各務原) 시 본사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그럼에도 삼성이나 LG가 돈을 벌 수 있는 이유는 게임의 상대나 고객층의 핸디캡이 25 정도이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기업은 분발하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호시노 회장은 기후차체공업 생산 현장을 모델로 1990년부터 지금까지 삼성, LG 등 대기업 간부 2만여 명에게 TPS를 지도해 왔다. 기후차체공업은 도요타자동차의 8대 협력업체 중 하나.

호시노 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로 ‘메이커(Maker·제조업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연구개발, 기획, 재무 등은 중시하면서 정작 물건을 만드는 현장, 즉 공장을 알고 소중히 여기는 현장지향형 경영자가 드물다는 것.

또 “새로운 생산방식이 유행하면 기존 방식을 버리고 금방 따라 하는 한국 기업들의 유행 추종 현상”을 비판하며 도요타가 포드 생산방식 등을 미국에서 배워 40년간 ‘한 우물’을 판 끝에 도요타만의 생산방식을 만들어 낸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도요타 방식을 흉내 내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잘해 봤자 2등”이라며 “한국 기업만의 독창적인 생산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카미가하라=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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