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등 각국 조문사절 애도…모스크바서 옐친 장례식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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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장례식이 25일 오후 2시(현지 시각) 모스크바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서 거행됐다.

러시아 건국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전직 대통령 장례식에는 5만여 명(경찰 추산)의 러시아 국민이 찾아와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조문 행렬은 전날 밤부터 이날 낮 12시 반까지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 테러 및 시위 진압 경찰인 오몬(OMON)도 조문 행렬 인파 곳곳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옐친 전 대통령과 같은 시대에 역사를 좌우한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장례식에 참석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50분 동안 붉은 초를 들고 고인을 기렸다.

세계 각국은 국가 원수가 직접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조문 사절을 보냈다. 정상으로서는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한국은 한명숙 전 총리를 조문 사절로 보냈다.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된 이날 크렘린과 전 세계 러시아 대사관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크렘린과 러시아 의회(두마)는 모든 일정을 취소했으며 방송사들은 광고를 일시 중단하고 다큐멘터리나 옐친 대통령 재직 당시 유행했던 영화를 상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1999년 퇴임 당시 고인이 남긴 ‘러시아를 지켜라’라는 말이 지금 러시아의 도덕적 정치적 지향점이 됐다”며 그를 추모했다.

1시간 50분간 진행된 장례식에서는 모스크바 스몰렌스크 칼리닌그라드에서 온 러시아정교 주교들이 번갈아 영결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와 장례식이 열린 구세주 성당은 소련 시절 파괴됐으나 옐친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복구된 건물로 크렘린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전직 대통령의 관이 놓인 제단 앞에는 부활을 상징하는 성모상(이콘)이 설치됐고 제단 옆에는 1996년 스웨터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사진이 세워졌다.

장례식이 끝나자 영구차는 성당에서 서쪽으로 2km 떨어진 노보데비치 수도원 옆 공동묘지로 향했다. 장갑차에 연결된 영구차가 이동하는 동안 길거리의 모스크바 시민들은 장미꽃을 던지거나 “잘 가세요”라고 소리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반 세계 각국 정상을 크렘린 대궁전으로 초청해 별도의 조문 행사를 열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조문객을 초청하는 것은 러시아 전통 의식이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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