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무원시험 인기 ‘뚝’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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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취직 풍년… 올 행시 응시자 15% 줄어 22년만에 최저

《‘한국에서는 신이 내린 직장, 일본에서는 한물간 직장.’ 경기 호황으로 취직 풍년을 구가하는 일본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무원시험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웬만한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모셔 가려는’ 민간 기업이 줄을 서니 공무원시험에 머리를 싸맬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일본 정부 인사원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1종 시험 응시자는 2만2435명으로 지난해보다 14.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응시자 수는 일본 정부가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을 1, 2, 3종으로 구분한 1985년 이후 최저치다. 1종 시험의 최종 합격자 수는 매년 달라지지만 대체로 600∼700명 수준이다.》

국가공무원 1종 시험은 주로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중앙 성청(省廳)의 간부 후보를 뽑는 시험이다. 미리 선발 인원을 정하지 않는 점 등을 제외하면 한국의 행정고시와 성격이 비슷하다. 3종은 주로 고졸자를 뽑는 시험이며 2종은 1, 3종의 중간 정도다.

국가공무원 1종 시험 응시자는 지난해에도 전년에 비해 15.6%나 감소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2, 3종 시험 응시자도 각각 4만7709명과 2만1358명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22.6%, 19.0% 줄었다. 지방공무원도 지난해 도쿄(東京) 도 23개 구의 사무직시험 응시자가 12% 감소할 정도로 수험생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가 붕괴되고 민간 기업의 ‘취업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시험에 매달렸다. 3종 시험에 대졸자들이 대거 응시하는 바람에 1996년에는 대졸자의 응시를 제한하는 ‘역(逆)학력 차별’ 조치까지 도입했을 정도다.

그러나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일본 기업들이 3, 4년 전부터 ‘구인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공무원시험 응시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일본 문부성과 후생노동성이 이달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약 3개월 전인 2월 초 조사한 취업 내정률은 87.7%로 1999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응시자 감소가 공무원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해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자체 가운데는 민간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 1, 2학년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여는 곳까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해 2월 실시된 한국의 행정고시 1차 시험에는 303명 모집에 1만3140명이 지원했다. 2005년의 공직적격성조사(PSAT) 첫 도입을 앞두고 2004년에 1만8124명의 응시자가 몰렸던 것을 제외하면 2001년 이후 처음 1만3000명을 넘어선 것. 14일 실시된 국가직 9급 공채에는 2888명 모집에 18만6478명이 몰렸다. 사상 최고 응시 인원을 기록한 지난해 18만756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15만1150명이 응시한 서울시 7급과 9급 공채에는 지방 수험생이 대거 응시하면서 한국철도공사가 임시 KTX 열차를 편성하기도 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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