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투표…내달 결선땐 ‘좌우파 헤쳐모여’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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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내외에서 전례 없이 관심을 모은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22일 실시됐다. 투표는 오후 8시(한국 시간 23일 오전 3시)에 마감됐으며 과달루페, 마르티니크 등 미주 지역의 프랑스 영토에서는 시차를 고려해 본토에 앞서 21일 투표가 실시됐다.

▽세대교체 가속화될 듯=이번 선거로 프랑스 정치권의 세대교체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강을 형성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민주동맹(UDF) 후보가 모두 50대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세대다. 새로운 세대답게 후보들은 모두 이전 세대와의 단절 및 ‘변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선 투표 변수 많아=1차 투표의 상위 득표자 2명이 대결하는 결선 투표는 5월 6일에 치러진다. 프랑스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경우 결선 투표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결선 투표는 1차 투표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를 누가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이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1차 때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면 결선 때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에게 표를 주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때론 의외의 결과가 빚어지기도 한다. 1995년 선거 때 자크 시라크 후보는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단결된 우파의 지지를 업고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날씨 좋았지만 높은 투표율=이날 전국의 투표소는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낮 12시까지의 투표율은 31.2%로 1981년 이후 가장 높았고, 2002년 선거 때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지난 대선 때의 기억도 한몫을 했다. 당시도 날씨가 맑았다. 많은 유권자가 좌파 우파를 각각 대표하는 조스팽, 시라크 후보가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단한 채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야외에서 맑은 날씨를 즐겼다. 그러던 중 높은 투표율을 보인 극우파 유권자 덕분에 장마리 르펜 후보가 조스팽 후보를 따돌리고 결선에 진출했다. 상당수 프랑스인은 이후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아 극우파 후보가 뽑혔다’는 자책감에 시달려 왔다.

파리의 회사원 일부는 고향에 투표를 하러 가기 위해 휴가를 내기까지 했다. 투표 전날 스트라스부르로 떠난 다니엘 드피노 씨도 “2002년 투표를 안 했다가 르펜이 결선에 오르는 충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이번 선거전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전 중 하나로 꼽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가을에는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루아얄 후보의 돌풍이 거셌으나 올해 초 잇따른 말실수와 공약 부재로 인기가 식으면서 중도파인 바이루 후보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르펜 후보도 고정 지지층에 힘입어 막판 15%에 가까운 지지율을 회복했다.

이번 선거에는 젊은 층의 참여가 특히 두드러졌다. 대도시 교외의 이민자 집안 젊은이를 비롯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340만 명이 새로 유권자로 등록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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