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배치속 먼곳까지 가 2차범행, 왜?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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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사건 범인 조승희의 마지막 행적들이 밝혀지면서 베일에 가렸던 범행 동기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미국 경찰은 그가 2005년 11, 12월 2명의 여학생을 스토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정신과 치료시설에 입원한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의 기괴한 성격과 행동이 속속 밝혀진 데다 NBC에 보낸 비디오를 통해 그가 ‘극단적 미치광이’ 수준의 상태에 빠져 있었음이 확인되면서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정신이상자의 계획적 살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범인이 세상에 대해 품어 온 증오를 집단 살인으로 폭발시킨 결정적 계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16일 오전 기숙사를 뒤져 에밀리 힐셔 씨를 찾아낸 뒤 말다툼을 하고 힐셔 씨를 살해했다는 점 때문에 치정에 얽힌 범행일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실제 치정관계라 할 만한 수준의 관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힐셔 씨의 진짜 남자 친구가 확인됐고 범인이 누군가와, 더구나 다른 인종의 여성과 연인 관계를 맺을 만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하나 풀리지 않은 의문은 1차 범행 이후 우편물을 보낸 뒤 자기 기숙사에 돌아온 범인이 중무장을 한 채 이미 경찰이 캠퍼스 곳곳에 배치된 상황에서 500m 이상 떨어진 노리스 홀(공대 건물)까지 찾아간 이유다. 문을 쇠사슬로 안에서 걸어 잠근 채 강의실마다 찾아다니며 총격을 한 점으로 미루어 건물 내에 범인이 목표로 한 또 다른 사람이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사건 1주일 전 범인이 이 건물에서 독일어 수업을 듣던 한 여학생을 찾아가 다투다가 담당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지만 공대 건물에서 그와 다툰 여학생 역시 스토킹의 대상이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범인의 정신상태가 ‘최악의 상태’로 악화된 배경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그는 이미 고교 시절에도 지나치게 고립된 성격을 보여 가족들이 무척 걱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모는 학교 기숙사 친구들을 불러 아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애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다니던 교회 목사에게도 아들의 성격을 고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교사 추천서와 에세이, 높은 학업성적이 요구되는 버지니아공대에 입학한 그가 극단의 살인마로 변모한 결정적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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