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성애는 타고난 것” 사르코지 ‘위험한 철학’ 도마에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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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우파 대선후보가 대권 행보와 무관하게 인간 본성 논쟁을 벌였다가 격렬한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다음은 잡지 ‘필로조피 마가진’에 실린 대담에서 그가 무신론적 좌파 철학자 미셸 옹프레 씨와 토론을 벌였다가 문제가 된 부분.

▽사르코지=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다.

▽옹프레=난 루소주의자도 아니고 성선설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인간은 선하게 태어나지도, 악하게 태어나지도 않는다. 인간을 만드는 것은 환경이다. 페도필리아(유아성애·어린아이를 성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 말해보자. 우리는 어느 날 아침 유아에 의해 유혹당하기로 결심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동성애자로도 이성애자로도 유아성애자로도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가정환경과 사회역사적 조건이다.

▽사르코지=난 유아성애는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매년 프랑스에서 1200∼1300명의 젊은이들이 자살한다. 부모가 그들을 잘 돌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유전적으로 유약하다.

유전적 요소를 강조한 사르코지 후보의 발언을 접한 반대자들은 그의 ‘위험한 사회관’을 문제 삼았다.

세골렌 루아얄 좌파 대선후보 측은 즉각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반동적이고 반인륜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임을 미리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루아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 씨도 “사르코지 후보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앙드레 뱅 트루아 파리 대주교는 RTL라디오와의 회견에서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우리가 존재의 행로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야말로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후보는 침묵을 지키다가 10일 프랑스2TV에 출연해 “누가 세 살짜리 남자아이를 범하고 싶은 욕망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자신의 주관을 고수했다.

그는 흡연자를 예로 들며 “담배를 하루 두 갑씩 피우고도 암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고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왜 그런가”라고 물은 뒤 비판자들을 향해 “어디까지가 선천적이고 어디까지가 후천적인지 대화의 문을 닫지 말고 토론해 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의 67%는 사르코지 후보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는 것으로 10일 공개된 IFOP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루아얄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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