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도시화로 세계인 절반 도시로…도시가 사람 잡을라

  • 입력 2007년 4월 4일 03시 00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도시화는 시한폭탄을 안고 미래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안나 티바이주카 유엔 사무차장이 독일의 외교전문지 ‘국제정치’ 봄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티바이주카 차장은 주거개선 활동이 임무인 유엔 해비탯의 사무국장이자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사무소장이기도 하다.

독일어 영어 러시아어로 발간되는 이 잡지 기고문에서 티바이주카 차장은 먼저 “2007년은 인류 역사 최초로 도시 인구가 세계 전 인구의 절반이 되는 해”라며 ‘새로운 도시 밀레니엄의 도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같은 급격한 도시화가 인류 역사상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200년 전만 해도 도시 인구는 세계 전체 인구의 3%에 못 미쳤지만 1950년 도시 인구가 3분의 1을 넘으면서 도시화는 급속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0년 전 아테네의 인구는 불과 30만 명이었고 인류 최초의 거대 도시 로마의 인구는 4세기경 100만 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는 350개가 넘는다. 도시로의 인구 이동은 이젠 돌이키기 어렵게 된 셈이다.

그러나 도시의 성장은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와 네온사인이 찬란한 쇼핑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장이 도시의 그늘인 슬럼가(빈민굴)의 동반 팽창을 낳기 때문이다. 악취가 진동하고 쓰레기가 쌓인 슬럼가는 차별과 불평등의 상징이자 범죄와 폭력의 온상이다.

티바이주카 차장은 “2007년은 세계의 슬럼가 인구가 전체 도시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는 10억 명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슬럼가의 동시 팽창 이유는 저개발 국가들에서 급속한 도시화가 집중적으로 일어나기 때문. 유엔 해비탯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도시인구 증가율이 매년 0.5% 이하인 데 반해 개발도상국의 평균 도시인구 증가율은 2%가 넘는다. 아시아에선 6.9%나 된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의 도시인구는 앞으로 30년 동안 20억 명에서 40억 명으로 두 배가 늘어날 전망이다. 매주 인구 100만 명의 도시가 하나씩 생겨나는 꼴이다.

티바이주카 차장은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급속한 도시의 팽창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새 천년의 가장 절박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전략에 따른 지역 발전계획. 거대 도시가 끊임없이 주변 지역을 삼켜 가는 상황에서 지역 차원의 계획은 의미가 없는 만큼 국가 차원의 지방 분권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원조 역시 국제기구들 간의 협조 아래 거시적 안목에서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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