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 주일 미 대사 "위안부는 강간당했다"

  • 입력 2007년 3월 18일 19시 08분


토머스 시퍼 주일 미 대사가 16일 도쿄(東京)에서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군위안부는 일본군에 강간당했다"고 못 박아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이들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시퍼 대사는 태평양 전쟁 중 군위안부에 대해 "강제적으로 매춘을 강요당했다고 생각한다. 즉 옛 일본군에게 강간당했다는 뜻이다"고 일본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대사는 또 2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청회에서 증언한 3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그들을 믿는다"고 말하고 "위안부가 강제적으로 매춘을 강요당한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옛 일본군의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 담화'를 일본정부가 수정하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퍼 대사는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 하순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임을 들어 "(이 문제로 총리의 방미가) 엉망이 되지 않을 것을 희망한다"고 우려했다.

시퍼 대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1980년 대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을 공동 경영했던 오랜 친구로 시퍼 대사의 공식 발언은 일본 정부의 위안부 사실부인을 보는 백악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16일 각의(閣議)에서 고노 담화를 사실상 부인하는 의견을 낸 것에 대해 미국 정부와 언론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도 "일본 정치인들이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창피한 과거를 극복할 수 있는 첫 단계라는 것을 인식할 때가 됐다"고 충고했었다.

한편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도 16일 2차대전 당시 일본이 군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일본 내각의 발표에 대해 "불쾌하고 놀랍다"고 비판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발케넨데 총리가 이날 주례 언론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외무장관이 일본 대사를 불러 일본 정부의 입장을 설명토록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 = 서영아 특파원sya@donga.com

워싱턴 = 김승련 특파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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