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베이징]중국 ‘프로 거지’ 대졸초임 다섯배 번다

  • 입력 2007년 3월 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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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엔 거지가 많다. 특히 유학생이 많은 우다오커우(五道口)나 왕푸징(王府井)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엔 거지가 득실거린다.

이들의 행색은 차마 돈을 안 주고는 못 배길 정도. 땟국이 흐르는 코흘리개를 안고 구걸하거나 앞을 못 보는 장님 행세를 하며 중국 전통악기 얼후(二胡)를 켜는 모습을 보고나면 돈을 주지 않고 발길을 돌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수입과 생활수준이 상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거지의 한 달 수입은 6000∼8000위안(약 83만∼97만 원). 숙식비와 교통비를 뺀 순수입도 4000∼5000위안에 이른다.

지난해 베이징의 대학졸업생 첫 월급이 1500위안(남자 기준) 수준이니 거지가 대졸자의 4∼5배를 버는 셈이다. 신화왕(新華網)에 따르면 3년 전 1700위안이던 대졸여성의 첫 월급은 대졸자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최근 1000위안까지 떨어졌다.

많은 거지들은 ‘구걸장사’가 끝나면 옷을 갈아입고 고급음식점에서 식사하며 심지어 유곽에도 들른다. 베이징 시 자료에 따르면 거지의 85%는 정부 도움을 거절했다. 지원금을 받으면 수입 좋은 ‘동냥업(業)’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황당한 일도 자주 생긴다. 2년 전 쓰촨(四川) 성 난충(南充) 시의 뤄모(50) 씨는 동냥질로 100만 위안(약 1억2000만 원)을 모아 여대생과 살림을 차렸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 가장 못사는 간쑤(甘肅) 성의 한 농촌 마을은 주민 전체가 거지로 나서 ‘거지촌’으로 불린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전역의 거지를 100만 명으로 추산한다. 베이징 시는 올해부터 시내 중심인 두 번째 순환도로 안에서의 구걸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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