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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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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경기가 꺾이면서 공장은 잇달아 문을 닫았고 상권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사카 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다.“때마침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일본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죠.”(오사카 시 항만국 경영관리부 모리타 시게키 과장) 오사카 시 당국은 1991년 미 유니버설스튜디오 측에 테마파크 유치를 적극 요청했다.
이듬해 모그룹인 NBC유니버설의 사장단을 초청해 공업지역을 재개발한 54ha(54만 m²)의 용지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장기 임대해 주겠다며 설득했고, 결국 2001년 현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이 탄생했다.
○ 홍콩디즈니랜드는 정부가 직접 개발
오사카 시뿐이 아니었다. 일본 홍콩 미국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글로벌 테마파크를 유치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 도로 등 기본 인프라는 물론, 직접 테마파크 설립에 출자하고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 지바(千葉) 현 우라야스(浦安) 시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지바 현 정부가 용지 개발권을 민간 기업인 미쓰이(三井)부동산과 게이세이(京成)전철이 합작한 토지개발회사에 전적으로 허용하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2005년 9월 개장한 뒤 서서히 한국 테마파크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홍콩 디즈니랜드는 아예 정부가 직접 개발에 나섰다.
홍콩 정부는 월트디즈니와 1999년 12월 란터우 섬 북동쪽 페니 만에 디즈니랜드를 짓기로 합의한 뒤 무려 50년의 임차조건으로 용지를 빌려 주고 136억 홍콩달러(약 1조6314억 원)를 직접 투자해 개간사업을 벌였다. 또 월트디즈니와의 합작회사인 홍콩국제테마파크유한회사(HKITP)를 세우는 데 필요한 자본금의 57%인 32억5000만 홍콩달러도 직접 출자했다.
존 에이피 홍콩과학기술대학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초기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디즈니랜드 유치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정부는 침체된 홍콩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했다”고 평가했다.
오사카 시는 시 공무원들을 유니버설스튜디오 저팬에 파견해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시 당국은 유니버설스튜디오 저팬 설립 과정에 필요한 자본금 400억 엔(약 3100억 원) 중 100억 엔을 직접 출자하고, 개장을 앞두고 160억 엔을 융자해 줬다.
○ 지역 경제 효자산업으로
모리타 과장은 “유니버설스튜디오 저팬 유치로 연간 2000억 엔(약 1조5497억 원)의 경제 효과 외에 4000명을 신규 고용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오사카 시 전체 유입 인구가 늘어나 상업과 숙박업이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잡초 밭이 무성했던 도쿄(東京) 인근 어촌 마을 우라야스 시도 디즈니랜드 유치 후 현재 인구 14만 명의 위성도시로 성장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역시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오렌지밭이 전부였던 농촌 소도시에서 인구 180만 명의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전했다. 플로리다 주는 1967년 디즈니월드 개발을 위한 특별자치지구 설립을 인가하고 개발 예정지 내 토지 활용에 관한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해 이후 테마파크 유치의 ‘모델’이 됐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올랜도 시 전체 산업에서 테마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 무역에 이어 세 번째”라며 “테마파크가 시를 먹여 살리는 효자 산업이 됐다”고 말했다.
홍콩특별행정구정부 관광위원회 퍼트리샤 서 씨는 “지난해 말 현재 디즈니랜드 운영에 약 5000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됐으며 개장 전 각종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데는 1만1000명의 고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오사카·홍콩=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로스앤젤레스·올랜도=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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