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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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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원숭이처럼 아주 사이가 나쁜 관계를 뜻하는 사자성어 ‘견원지간(犬猿之間)’. 예부터 내려오는 이 개념이 일본에서 ‘원숭이 피해 방지책’으로 떠올랐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효고(兵庫) 현은 원숭이들이 콩 감자 파 무 등 작물을 심어 놓은 농경지를 파헤치는 바람에 매년 1000만 엔(8000만 원)의 피해를 당해 왔다.
단순히 금액만 따지면 멧돼지보다 적지만 원숭이는 창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와 불단에 올린 음식을 훔쳐 가는 사례까지 있어 ‘체감 피해’는 훨씬 크다. 도쿄 인근 유명 관광지에서는 원숭이들이 승용차로 들어와 음식물을 강탈해 가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피해 방지 대책을 줄줄이 내놓았지만 몸놀림이 민첩한 데다 지능까지 높은 원숭이에게는 백약이 무효. 심지어 전기철책을 세워도 영악한 원숭이들이 금방 타개책을 찾아냈다. 고심을 거듭한 지자체들에 해결의 실마리를 준 것이 바로 ‘견원지간’ 응용법. 나가노(長野) 현은 3년 전부터 일부 지역에 훈련견(몽키 도그·monkey dog)을 배치한 결과 원숭이의 민가 출몰 횟수가 급감한 사실을 확인했다.
나가노 현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최근 몽키 도그를 육성하는 지자체들이 꼬리를 물었다. 효고 현 가미카와(神河) 정은 내년 몽키 도그 10마리를 경찰견 시설에서 훈련시켜 지역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원숭이 600마리를 상대로 ‘방어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같은 현 가미(香美) 정은 훈련을 마친 몽키 도그 6마리를 올봄 투입할 계획이다. 몽키 도그들은 이 지방 고령자들로 구성된 ‘실버부대’와 함께 원숭이를 산으로 내쫓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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